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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석-
[더인디고 = 이용석 편집장]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는 철제 울타리들이 역사 가로질러 설치되어 있다. 접이식 철제 울타리들 바로 옆에는 서울교통공사의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진 검은색 울타리가 이중으로 겹쳐 설치되어 있다. 이 살풍경을 본 것은 트위터(지금은 X)를 통해서였는데, 두 장의 사진을 게시한 트워터 이용자는 “혜화역의 풍경,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의 탑승시위를 막기 위해 준비한 차단장비다. 그리고 그 너머로 서울교통공사가 ‘다양성’을 뽐내기 위해 그린 지하철 모습이 있다. 거기에는 휠체어를 탄 사람이 있다. 현실과 상상의 괴리”라는 의견을 적어두었다.
지난 11월 21일 서울교통공사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지하철 선전전을 저지하기 위한 3단계 대응책을 발표했다. 우선 역사 진입을 차단하고, 진입 시 승강장 안전문 개폐 중단 등 승차 제한, 그리고 모든 불법행위에 법적 조치 등을 취하겠다는 것이다. 군사작전을 연상케 하는 서울교통공사의 강경 방침은 23일 경찰의 박경석 전장연 대표 체포로 이어졌고, 마땅한 체포의 타당성을 찾지 못한 경찰은 곧 석방했다. 현재는 혜화역 엘리베이터 앞에 경찰을 배치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타지 못하게 막는 첫 번째 작전을 진행 중인 듯하다. 그리고 역사 안의 공간에 설치한 철제 울타리는 혹여 첫 번째 작전에 실패해 역사 안에 진입한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이동을 최대한 불편하게 해 저지하려는 일종의 부비트랩이다. 하지만 용케 부비트랩을 벗어난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열차 탑승을 저지하려고 승강장에 늘어선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의 방패 앞에서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
자유로운 이동권을 주장하는 이들의 입을 닥치게 하는 방안으로 서울교통공사가 생각해낸 대책은 결국 ‘이동권 제한’이었으니 지나가던 시민들의 눈에도 그 간특하고 잔인한 발상이 황당했고 민망했을 터다. 리프트에서 떨어져 죽고, 사슬로 서로를 묶는 목숨 건 투쟁으로 설치된 지하철 엘리베이터는 되려 이동권을 제한하는 도구가 되었다. 그래서 조롱이며 언제든 제한될 수밖에 없는 장애가 있는 이들의 이동권리의 섬뜩한 현실이기도 하다.
결국 오늘(1일) 전장연의 휠체어를 사용하는 활동가들은 혜화역 승강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서울교통공사의 ‘이동권 제한’ 대책은 성공했고, 시민들을 향해 ‘이동권’을 호소하려던 이들의 바람은 단숨에 좌절되었다.
지난 11월 29일 부산은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주류 언론들은 뜬금없이 ‘졌잘싸’를 외쳤지만 119 대 29라는 형편없는 결과가 말해주듯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그야말로 완패했다. 원팀을 외치며 최선을 다했다지만 우리나라 정부가 준비한 최종 프레젠테이션 영상과 리야드의 영상만 확인해도 왜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는지 쉽게 납득할 수 있다. 리야드의 영상에는 여성·장애가 있는 시민 등 중동 국가의 약점이었던 억압 계층을 전면에 등장시켜 ‘다양성’과 ‘포용’을 약속하는 미래비전을 제시했다면, 우리나라 정부는 여전히 10년 전 ‘강남 스타일’에 대한 한류 열풍의 과거와 ‘오징어 게임’의 극단적 적자생존의 현재만을 드러냈을 뿐이다. 어쩌면 그 짧은 영상에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이동권 요구를 ‘이동권 제한’이라는 조롱으로 맞서는 오늘의 살풍경이 스며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시인 김수영은 모진 바람으로 풀은 어쩔 수 없이 떠밀려 누워 서럽게 울다가 이내 바람보다 더 빨리 눕고 더 빨리 울지만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먼저 웃는다고 했다. 시인의 눈에 비쳤던 엄혹했던 시대 상황의 부조리함을 오늘은 젊은 정치인 장혜영 의원만이 남아 오롯하게 그 살풍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더인디고 yslee5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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