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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찬의 기자노트]응원봉, 그리고 명단
장사연 조회수:276 14.63.22.20
2024-05-21 14:35:56

[박관찬의 기자노트]응원봉, 그리고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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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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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봉을 흔드는 사람들의 모습
북콘서트에서 엔딩곡으로 ‘사랑으로’를 연주하고 있는 기자에게 독자들이 응원봉의 불을 켜며 응원하고 있다. 사진. ©이관석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지난 5월 1일 기자의 첫 번째 책 “청년은 오늘도 첼로를 연주합니다”가 출간되었다. 그리고 지난 15일, 대학로 이음센터 이음아트홀에서 출판사 꿈꿀자유의 강병철 대표의 사회로 북콘서트가 열렸다. 시청각장애를 가진 기자가 북콘서트에서 독자와 조금이라도 원활한 소통을 하기 위해 준비했던 두 가지 ‘도구’를 소개한다.

야광응원봉

책의 제목에 ‘첼로’가 들어가 있는 것처럼 책에는 기자가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어떻게 첼로를 연주하게 되었는지, 첼로를 배우면서 겪은 에피소드들이 담겨 있다. 그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북콘서트 오프닝부터 중간중간에 첼로 연주를 준비했다.

그런데 기자는 시각장애가 있으니 독자들이 박수치는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또 청각장애도 있으니 박수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평소라면 안 보이고 안 들리는 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북콘서트에 온 독자들이 저자의 연주를 듣고 싶어하고, 연주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가장 궁금하고 보고 듣고 싶어하는 사람은 다름아닌 기자다.

그래서 야광응원봉을 준비했다. 응원봉의 야광 색깔까지 선명하게 구분해내지는 못하지만 이음아트홀의 조명을 끈 뒤 야광응원봉의 불을 켜면 그게 기자의 시력으로는 보였다. 불이 켜지고 꺼진 여부를 저자의 잔존시력으로 확인 가능했기에 첼로 연주를 하는 동안, 그리고 연주가 끝난 후 독자들의 박수 대신 응원봉의 불을 켜서 기자에게 ‘신호’를 보내줄 수 있게 되었다.

응원봉은 첼로 연주뿐만 아니라 독자들과의 대화에서도 그 존재감을 톡톡히 발휘했다. 이음아트홀을 가득 채운 독자들 중 질문하는 독자가 누구인지, 어디에 앉아 있는지를 응원봉의 불을 켜서 기자에게 알려줄 수 있다. 그럼 저자는 불이 켜진 쪽을 바라보며 대답할 수 있다. 또 저자가 특정 독자를 호명하면 호명된 독자가 응원봉의 불을 켜서 위치를 확인할 수도 있다.

북콘서트 현장에서는 독자들이 흔드는 응원봉의 불빛으로 나름대로 분위기를 파악했지만, 북콘서트 현장을 카메라에 담은 사진작가들이 보내준 사진을 보고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꼈다. 독자들이 응원봉을 흔들며 짓는 표정에 진정성과 진심이란 게 고스란히 사진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북콘서트에 와주신 독자들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신청자 명단

북콘서트 참여 신청은 구글폼으로 받았다. 한 명 한 명 신청이 들어올 때마다 이름을 따로 한글파일에 가나다 순으로 입력했다. 동행인이 있다고 하면 동행인의 이름도 확인해서 명단에 넣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명단은 북콘서트를 준비하면서 기자가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대본보다 더 많이 들여다봤던 존재다. 북콘서트에 오는 독자들의 이름을 잘 파악하고, 또 잘 기억해두고 싶은 마음이 컸다.

북콘서트이니만큼 책에 사인을 해야 할 텐데, 사인해줄 독자의 이름을 정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물론 속기사가 문자로 독자의 이름을 통역해 주겠지만, 가능하면 기자 스스로가 어떤 이름을 가진 독자가 있는지 잘 인지하고 있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북콘서트 마지막 순서인 사인회에서 독자가 기자의 손바닥에 글을 쓰며 소통하고 있다. 사진. ©오상민

또 현장에서 독자들과 (통역을 거치지 않고) 인사를 할 때도 명단을 외워두면 큰 도움이 된다. 어느 독자가 기자의 손바닥에 이름을 적어줄 때, 명단을 외웠다면 굳이 이름을 끝까지 적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다. 동행인이 있다면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기자가 먼저 알아보고 인사할 수도 있다.

어쩌면 기자가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항상 독자가 먼저 다가와주고 먼저 인사해주길 바랄 수 있다. 괜히 먼저 다가가서 아는 척 했다가 기자의 저시력으로 인해 잘못 알아보고 다른 사람으로 인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은 이해해줄 수 있을지언정 기자는 당혹스럽고 뻘쭘함을 감출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신청자 명단은 정말 소중하다. 이름을 다 기억해둔 덕분에 북콘서트에서 처음 만난 독자가 기자의 손바닥에 이름 첫 글자만 적어도 바로 누군지 알아봤다. 또 사인을 받던 독자의 옆에 있는 독자는 기자에게 소개를 하지 않았지만 명단에서 동행인으로 확인해 두었기 때문에 기자가 먼저 알아보고 인사할 수 있었다.

북콘서트에 와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드리고 싶다. 올해 두 번째 첼로 독주회를 열게 된다면 이번 북콘서트에 오셨던 독자들을 꼭 다시 초대하고 싶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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