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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병동에서의 편지] 죽음의 죽음
장사연 조회수:280 14.63.22.20
2024-06-05 11:00:35

[폐쇄병동에서의 편지] 죽음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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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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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복도 ⓒ픽사베이
▲병원 복도 ⓒ픽사베이
 
▲조미정 더인디고 집필위원

[더인디고=조미정 집필위원] 교도소와 치료감호소를 제외하면 한국에서 가장 격리된 곳이 정신건강의학과 폐쇄병동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정신건강복지법에서는 비자의입원의 요건을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1. 본인 또는 타인의 건강 또는 안전에 중대하거나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경우
2. 본인 또는 타인의 건강 또는 안전에 중대하거나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개연성이 높다고 인정되는 경우
3. 본인 또는 타인의 건강 또는 안전에 상습적인 위해를 가하는 경우
4. 본인의 건강이나 안전에 중대하거나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5. 본인의 건강이나 안전에 중대하거나 급박한 위험의 개연성이 높다고 인정되는 경우

본인 또는 타인의 죽음을 막기 위해 가는 곳이 폐쇄병동이라면, 폐쇄병동은 죽음의 죽음을 의도하는 곳이 아닐까. 그리고 그 폐쇄병동에서 내 인격은 또 한번 죽었다.

나는 2024년 5월 13일에 어느 병동에 자의로 입원했다. 사유는 자살 시도였다. 리단 작가님이 그랬던가. 자살은 이전의 자아를 한번 죽이는 일이라고. 너무나도 아팠지만 잘 기능했던 자아를 죽이고 병가 끝에 나는 폐쇄병동에 들어왔다.

폐쇄병동에서의 내 인격은 너무나도 달라져 버렸다. 인지기능도 떨어지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좋아하던 글은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매일 자해했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보며 뒷얘기를 하기 바빴다.

폐쇄병동에 들어가기 이전의 내 자아가 하고 싶은 것도, 할 줄 아는 일도 많고 야망도 많고 잘 지내 부러움을 샀다면, 폐쇄병동에서의 나는 그저 스테이션 앞의 홀을 빙빙 돌기만 하는 이상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자아를 계속 죽이기에 바빴다. 어떤 날은 긁었고, 어떤 날은 나를 때렸고, 어떤 날은 머리를 박았다. 이 글을 쓰는 오늘은 물을 5.5 L나 마셔 물통과 물컵을 모두 압수당했다.

내 자아는 달라져 갔다. 책을 읽는 나, 빙빙 도는 나, 자해하는 나, 안정실에서 강박을 당하고 주사를 맞는 나, 그리고 물을 너무 많이 마셔 체중을 계속 재야 하는 나….

결국 모두 금지당하고야 말았다. 홀을 빙빙 도는 것도, 자해하는 것도, 물을 마시는 것도. 책도 읽을 수 없었다. 책을 읽으면 자해 충동이 올라왔다.

나의 모든 자아가 금지된 지금 나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자해 충동을 이기기 위해 세수를 반복적으로 하는 것조차 자해인 아이러니한 병동에서, 그제야 글을 쓸 용기가 났다.

어쩌면 나의 자아는 한번 깨지면 다시 살아날 수 없는 달걀과 같은 존재가 아니라, 껍데기 속에 또 다른 껍데기를 품고 있는 마트료시카가 아닐까? 자신의 자아를 죽이는 과정의 반복을 통해 나의 핵심을 더욱 단단하게 완성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폐쇄병동에 있는 것은 불명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폐쇄병동에서 나 자신을 죽이고, 규제도 죽이고, 전공의와의 약속도 죽였다 다시 살려내는 과정이 어쩌면 나에게 중요한 의미를 새기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본다.

이쯤에서 제목의 의미를 곱씹어본다. 죽음의 죽음. 의료진들은 자신이나 타인을 죽이는 것을 죽이고 싶어 하겠지만, 정작 죽은 건 나도 다른 환자나 의료진도 아니고 바로 나 자신이었다. 그리고 죽고 죽고 또 죽다가 나는 다시 살아났다. 죽음이 죽다 못해 죽어버린 끝에 나는 다시 살아났다.

독자 여러분께 폐쇄병동에 가라고 권해드리진 못하겠다. 하지만 세상의 끝, 인권의 가장 밑바닥에서도 나는 끊임없이 배우고 싶어 했고 나에게 인상을 새기고 싶어 했다. 병동과 의료진도, 약도, 주사도, 강박도 죽이지 못한 것은 폐쇄병동에서 배우고, 새기고, 나를 다시 살리고 싶어 했던 나였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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