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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찬 기자-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한국장애인재활협회에서 진행하는 사업 중 장애청년과 비장애청년이 함께 팀을 이루어 해외로 연수를 다녀오는 프로그램인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이하 장애청년드림팀)”가 어느덧 올해로 19기가 되는 청년들을 선발했다. 개성 넘치는 청년들이 다양한 주제로 연수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어쩌면 이 프로그램에 도전했던 역대 청년들 중에 의사, 그것도 장애를 가진 의사는 없었을 것이다. 그것도 장애를 가지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비장애인일 때가 더 익숙한 청년 의사가 있다.
그래서 이번 ‘기자가 만난 사람들’에서는 서연주 씨가 비장애인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의사이면서 장애당사자로서 느끼는 우리 사회에 대한 이야기, 또 얼마 전 출간한 책에 대한 소개를 독자들에게 들려 주고자 한다.
연주 씨는 2022년 11월 승마를 하러 갔다가 낙마 사고로 인해 한쪽 눈을 실명한 내과 전문의사다. 소위 잘 나가던 젊은 의사였다가 사고로 장애인이 되었는데, 장애인이 된 지 채 2년도 되지 않은 ‘초보 장애인’이다. 장애인으로서의 삶에 적응하고 배워가는 과정이다. 그래도 현재 의사 일도 계속하고 있고, 해외 연수도 준비하고 있다. 그래도 분명히 느끼고 있을 ‘장애인으로서의 삶’에 대해 물어봤다.
“처음엔 저도 장애를 받아들이는 게 힘들었어요. 지금은 시야가 좁아진 부분에 적응하는 게 아직은 과도기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제가 계속 왼쪽 어깨빵을 치고 다니는데, 그게 처음에는 제가 부주의해서 그런 줄 알고 한쪽 눈을 실명하는 사고를 입었는데도 ‘나는 왜 아직도 이렇게 부주의하지?’ 하고 자책을 했어요. 그런데 오른쪽 눈을 실명한 간호사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저한테 해주는 말이 자기도 계속 오른쪽 어깨를 부딪치고 다녀서 자기 친한 친구들은 자기 오른편에 서서 자기를 보호해준대요. 이게 시야가 좁아지면서 앞의 물체를 잘 못 봐서 생기는 문제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는 자책하지 않고 내 시야가 좁아서 당연하게 생길 수 있는 문제라는 걸 받아들이고 나니까 마음이 좀 편해졌어요.”
두 눈으로 충분히 확보된 시야를 보며 살아가던 사람이 갑자기 일어난 사고로 한쪽 눈으로만 보게 된다면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실명한 쪽의 시야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서 볼 수 있는 쪽의 눈에 많이 의지하게 되고, 두 눈으로 보면서 익숙하던 기억과 습관이 몸에 배어 있는 나머지 여러 착각의 순간도 일어나기 마련이다.
“특히 초점이나 거리 조절 같은 게 잘 안 맞으니까 배드민턴이나 테니스 같은 걸 할 때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저는 분명히 여기서 (공이) 맞아야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채를 휘둘렀는데, 그게 거리에 대한 감각이 안 맞으니까 당연히 공에 안 맞게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키우던 강아지 얼굴을 치기도 하는 일도 생기고 그랬어요.(웃음)”
연주 씨는 운동하는 걸 좋아한단다. 의사로 바쁘게 일해도 쉬는 날에는 꼭 운동을 즐긴다고 한다. 그런데 시야가 좁아지면서 언급했던 것처럼 배드민턴이나 테니스를 하기엔 거리 조절이 쉽지 않아졌고, 또 사고가 나면서 눈과 코를 연결하는 안쪽에 안구를 받쳐넣는 임플란트가 있는 상태에서 코에 물이 들어가면 안 되는 관계로 수영도 하기 어려워졌다. 그래도 여전히 운동을 하고 있다.
“요새는 러닝을 해요. 사실 다치기 전에도 달리기를 해보려고 매우 애를 썼는데, 30분 동안 꾸준히 달리기를 해보려고 5분 달리기부터 매일매일 시작했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분 달리기는 못했어요. 그런데 제가 다치고 나서 체력이 많이 떨어지고 당시 수술도 오래 하고 독한 항생제를 굉장히 오래 써서 몸이 망가졌었어요. 그때 친한 동생이 ‘누나 달리기나 좀 하자’면서 공원으로 저를 불러냈고, 거의 제 멱살을 잡고서 5킬로미터를 완주시켰어요. 시간을 재보니까 거의 50분이 걸렸더라고요. 제가 포기하지 않고 처음으로 50분을 달린 거예요.”
쉬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50분을 끝까지 달린 게 연주 씨에게 큰 시사점을 주었다. 다치기 전에도 못했던 걸 다친 후에 해내게 되면서, 즉 장애를 가지고 나서도 할 수 있다는 걸 느낀 것이다. 그래서 지금처럼 5킬로미터 완주를 시작으로 언젠가는 마라톤에도 나가볼 꿈을 꾸고 있다.
#장애청년드림팀 도전, 그리고 장애
연주 씨가 장애를 가지게 되면서 새롭게 도전할 수 있게 된 것 중 하나가 바로 장애청년드림팀이다. 장애를 가지지 않았다면 접해보지도 못했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연주 씨의 마음은 남다르다. 비장애인으로 살아온 시간이 너무 익숙했기에 아직 ‘장애’라는 것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게 많고, 또 함께 팀을 구성한 장애청년들은 모두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 반면 연주 씨는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이기에 생각하는 입장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연수 주제는 ‘시각장애인의 자립과 사회통합을 위한 과정 탐구 : 교육과 고용 중심으로’고요. 스페인에 있는 시각장애단체인 ‘온세’라는 재단에 방문하려고 해요. 처음엔 이런 것(장애나 장애청년드림팀)에 대해 몰랐지만, 사고로 장애를 입게 되면서 그 과정을 솔직하게 SNS에 업로드 했어요. 그걸 읽은 제 고등학교 선배가 꼭 같이 만나보고 싶다는 분이 있다고 했어요. 그분이 현재 저랑 같이 장애청년드림팀을 하고 있는 재혁이라는 친구예요.”
재혁 씨는 3년 전 1년 터울로 양쪽 눈을 차례로 실명했다고 한다. 연주 씨가 사고를 입은 곳이 더러운 환경(승마장)이라 다쳐서 생긴 감염이 반대쪽 눈으로까지 넘어갈 수도 있어서 전혀 앞을 보지 못할 위험에 대한 공포가 있었다. 그 과정을 실제로 경험한 재혁 씨는 연주 씨가 장애에 대한 생각을 좀 더 깊게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재혁이에게 한쪽 눈을 잃고 다른 쪽 눈도 서서히 빛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무섭지 않냐고 물었어요. 재혁이가 그러더라고요. 자기는 빨리 실명하면 좋겠다고. 빨리 적응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거에요. 사실 그 감정을 제가 다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저도 한쪽 눈을 다치는 것처럼 돌이킬 수 없는 일을 겪었을 때 들었던 생각은 뒤돌아보지 말고 진짜 앞만 바라봐야겠다는 거죠. 그러기 위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아봐야 되겠죠. 이런 생각을 했던 게 제가 굉장히 빠른 시간 동안 회복하고 일에 복귀할 수 있었던 배경 같아요.”
*다음 이야기는 서연주 씨의 슬기로운 의사생활, 그리고 얼마 전 출간된 <씨 유 어게인>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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