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장애계소식 정보&뉴스
By
안승준-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교사라는 직업군에 속해 있으면서 자주 하게 되는 실수 중 하나는 학생들을 수업 시간에 만난 경험만으로 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돌려 말했지만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공부 잘하는 녀석은 뭐라도 잘할 것 같다고 생각하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겐 은연중에 반대의 평가를 내리곤 한다. 똑똑하다는 것이 하나의 기준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것도 충분히 체험하고 있으면서도 공부를 가르치고 답안을 채점하는 것이 매일매일 마주하는 일이다 보니 모르는 사이 편협한 잣대로 아이들을 구분하는 나를 볼 때가 있다.
그나마도 그 기준이라는 것이 내가 가르치는 수학 성적에 한하는 것이라 더더욱이 공정하지도 정확하지도 않다. 수학을 조금 못하더라도 다른 과목은 잘할 수 있고, 수학을 잘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잘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수학 성적이 높지 않은 학생이 영어시험 만점을 받은 것을 볼 때엔 ‘이 녀석에게 그런 재주가 있어?’하며 놀라고 수학 성적 높은 학생의 낮은 국어 성적을 마주할 땐 ‘무슨 사정이 있었을까?’ 하며 반대의 감정을 가진다. 멀리서 찾지 않아도 나 자신도 수학 문제 푸는 재주가 조금 있을 뿐 다른 특별한 재주가 있지도 않으면서 어떤 근거로 그런 본능적 평가를 내리는지 조금만 깊이 생각해도 부끄럽기 그지없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매년 여름이면 가게 되는 캠프에서도 고정관념으로 꽉 차 있는 나의 머리에 큰 종소리가 울리는 사건이 생겼다. 전주의 일부만 듣고 노래 제목을 맞추는 게임에서 계속 손을 들고 연이어 맞춰나가는 활약을 하는 아이는 내 머릿속에서 의외라는 평가를 내리기에 충분했다. 그 또한 수학 성적이라는 말도 안 되게 편향된 기준에 근거한 것이긴 했지만 그것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그의 활약은 대단했다.
‘딩!’ 하는 한 음 정도가 울릴 때마다 곡의 제목과 부른 가수를 맞추고 정확한 가사로 노래를 부르고 그에 맞는 춤까지 정확히 재현해 갔다. 그 아이는 재주가 있었고 똑똑했고 훌륭했다. 근거 없는 나의 판정은 이번에도 완전히 틀린 것이 증명되었다. 이어진 장기 자랑에서 노래를 기가 막히게 부른 학생도 암벽타기를 멋지게 해낸 아이도 팀 활동에서 친구들을 리드하고 두각을 나타낸 녀석도 나의 기준인 수학 성적의 결과와는 크게 상관관계가 없었다. 그 결과가 당연한 것은 우리는 캠프 활동에서 수학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2박3일의 캠프에서 난 우리 학교 학생들의 각기 다른 재주와 매력들을 진하게 확인했다. 수학 교사가 해도 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굳이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한 다른 장점들을 가지고 있었다.
난 많은 자리에서 장애 하나만으로 나를 평가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한다. 세상은 시력 대결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도 아니고 보이고 보이지 않는 차이는 아주 작은 부분의 차이일 뿐이라고 말한다. 난 보이지 않는 눈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충분히 매력적이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모두 수학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 또한 각자의 다른 매력들을 품고 살아간다.
난 수학 교사이지만 좀 더 넓은 시야로 다양한 관점에서 제자들의 장점을 바라봐야 한다. 사람을 판단하는 모든 기준은 최대한 다양해야 한다. 2박3일 아닌 아주 긴 캠프를 함께하는 우리 안에서 좀 더 많은 다양성이 펼쳐질 수 있는 기준과 프로그램들이 존재할 때 우리는 지금껏 찾지 못한 더 많은 매력과 함께할 수 있다.
[더인디고 THE INDIGO]
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