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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찬의 기자노트]안 보여서 생긴 일
장사연 조회수:387 14.63.22.20
2024-08-14 09:53:46

[박관찬의 기자노트]안 보여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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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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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숍의 픽업대 사진
픽업대와 그 아래에 있는 ‘층’ 구분을 저시력 시각장애로 인해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생긴다. ©박관찬 기자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시각장애가 전맹이 아닌 저시력이면 혼자 보행도 하고 러닝도 할 수 있다. 그래서 혼자 너무 잘 다니는 것처럼 보이면 주변으로부터 이런 말을 듣곤 한다. “너 사실 다 보이지?”라고. 하지만 저시력 시각장애인은 시야와 시력이 손상된 정도에 따라 분명히 보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시각장애인으로 등록되었으니까. 기자도 저시력으로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최근에 민망하면서도 아찔했던 경험을 했다.

바지가 시원해졌다

활동지원사와 함께 노트북으로 작업해야 하는 일이 있어서 어떤 카페를 방문했다. 기존에 방문했던 카페의 와이파이가 느려서 새로 방문하게 된 그 카페는 1층에 자리가 없어 2층으로 올라가야 했는데, 그 올라가는 계단이 워낙 가파르고 손잡이도 부자연스러운 느낌이라 첫 인상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래도 올라간 2층은 꽤 넓고 쾌적했으며, 인터넷도 빠르게 작동해서 만족스러웠다. 활동지원사가 1층으로 내려가 주문을 하고 진동벨을 들고 돌아왔다. 주문한 음료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우리는 노트북을 켜고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전화 통화가 필요한 상황이 되어 활동지원사가 통화를 하는데, 진동벨이 요란하게 진동했다. 주문한 음료가 다 된 것이다.

활동지원사가 진동벨을 들고 일어나려고 했지만, 기자는 그를 제지하고 진동벨을 들고 1층으로 내려갔다. 2층으로 올라오는 계단이 가파른 느낌이었기 때문에 통화하는 상태에서 음료를 받아오기 위험할 것 같았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가면서 마음 한 켠이 불안했다. 처음 방문한 카페라서 픽업 코너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주문을 활동지원사가 하기도 했으니까), 또 계단이 가파르니까 올라오는 과정에서 음료를 쏟거나 그러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도 조심조심하면서 올라오면 될 거라 생각하고 1층으로 내려갔다.

다행히 계단을 다 내려가니 바로 왼쪽이 픽업존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진동벨을 직원에게 건넸고, 직원은 음료 두 잔이 올려져 있는 받침대를 기자 쪽으로 내밀었다. 이제 이 두 녀석만 안전하게 들고 계단으로 올라가면 된다고 생각하며 기자는 받침대를 기자 쪽으로 주르륵 당겼다. 그때였다.

“앗!”

최고 35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 너무 더워서 찜찜하던 기자의 다리가 갑자기 시원해짐을 느낀 건 잠시, 머리칼이 곤두서는 느낌이 확 밀려왔다.

음료들을 보기좋게 바닥에 떨어뜨렸던 것이다.

픽업대 너머에 있던 직원 한 명이 얼른 기자 쪽으로 와서 바닥에 떨어진 음료를 치우기 시작했고, 다른 직원은 다시 기자에게 진동벨을 건네줬다. 기자는 직원들에게 고개를 숙여 죄송하다고 했다.

픽업대에 내려갔을 때 음료 두 잔이 놓여 있는 곳과 기자의 사이에는 분명히 뭔가가 있었다. 그건 나중에 활동지원사가 알려줘서 알게 되었는데 커피 원두였다. 즉 음료가 있는 곳에서 기자가 있는 곳까지 쭉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기자의 눈에 보였던 건데, 실은 중간에 원두가 위치해 있는 곳은 음료가 있는 곳보다 ‘아래’에 위치해 있다.

기자가 그 ‘아래’, 즉 높낮이를 저시력으로 인해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면서 그냥 받침대를 기자 쪽으로 당기면서 음료들을 다 쏟아버린 것이다. 당연히 쏟은 음료들이 원두들을 덮쳤을 것이다.

기자가 주문했던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활동지원사가 주문했던 레몬티가 엎질러진 기자의 베이지색 바지는 어떤 요상한 나라의 지도가 그려졌다. 거기에 레몬과 커피 냄새까지 풍기니 더운 날씨에 더욱 찜찜해졌지만, 그것보다 좀 더 조심하고 신중하게 확인하지 못한 기자의 경솔함을 자책했다.

어쩐지 발이 불편하더니

지난 7월, 첼리스트가 된 후 처음으로 제주도에서 연주를 하게 되었다. ‘제주도에서의 첫 연주’라 더운 여름이지만 멋있게 입고 연주하고 싶었다. 그래서 제주도로 갈 때는 편하게 입고 가되, 캐리어에 양복과 구두, 나비넥타이까지 잘 챙겨 넣었다.

공연 시간이 다가오자 캐리어에서 양복과 구두를 꺼내 공연장 화장실에서 ‘변신’을 하고 왔다.

그런데 리허설을 하고, 커피를 마시러 공연장 1층의 카페에 가고,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걸을 때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한쪽 발이 자꾸 아파왔던 것이다.

제주도에서의 첫 공연에서 ‘왼쪽-오른쪽’이 아닌, ‘왼쪽-왼쪽’ 구두를 신고 연주를 했다. ©박관찬 기자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카페에 앉았을 때 다리 아래를 무심코 내려다 보곤 기겁했다. 오른발과 왼발에 신겨 있는 구두가 서로 달랐던 것이다. 왼쪽 구두는 정확히 신었는데, 오른발에 신겨 있는 구두는 다른 구두였다. 그것도 다른 구두의 ‘오른쪽’이 아닌 ‘왼쪽’이었다. 즉 양쪽 발에 왼발 구두가 신겨 있었던 것이다.

제주도로 출발하기 위해 짐을 정리하면서 신발장의 구두를 꺼낼 때, 구두를 잘못 꺼냈을 거라고 짐작했다. 그런데 구두가 나란히 놓여 있으면 서로 다른 짝의 구두를 꺼내더라도 오른쪽, 왼쪽 구두를 꺼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왜? 왜 서로 다른 왼쪽 구두를 꺼내게 되었던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뿐이다. 평소 기자가 구두를 신었던 날 신발장에 아무렇게나 벗었고, 아무렇게나 벗겨진 구두가 오른쪽, 왼쪽의 방향이 바뀐 채로 놓여졌다. 기자는 그걸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왼쪽-오른쪽’이 아닌, ‘오른쪽-왼쪽’으로 위치해 있는 구두를 그대로 신발장에 넣었을 것이다. 그래서 신발장에 넣어진 구두는 ‘오른쪽-왼쪽’으로 위치하고, 그 구두의 오른쪽에 놓여 있던 구두가 ‘왼쪽-오른쪽’으로 있는 상태에서 제주도로 갈 때 딱 가운데에 있는 ‘왼쪽-왼쪽’ 구두를 덥석 집어든 것이다.

제주도에서의 첫 연주라고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했지만, 이렇게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남기게 되었다.

[더 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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