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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이행 “총체적 난국”
장사연 조회수:225 14.63.22.20
2025-01-17 14:24:57

정부의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이행 “총체적 난국”

‘UN CRPD 최종견해 이행지표 2차년도 모니터링 결과 보고회’ 소회

  • 기자명칼럼니스트 이원무
  •  
  • 입력 2025.01.17 13:37
  •  
  • 수정 2025.01.17 13:48

 지난 15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개최된 UN 장애인권리협약(CRPD) 최종견해 지표 2차년도 모니터링 결과 보고회 전경 ⓒ이원무

지난 15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개최된 UN 장애인권리협약(CRPD) 최종견해 지표 2차년도 모니터링 결과 보고회 전경 ⓒ이원무

지난 15일 한국장애포럼을 비롯해 장애인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이 모인 UN 장애인권리협약(CRPD) 최종견해 이행지표개발연대에서 2차년도 모니터링 결과 보고회를 개최했다. 필자는 같은 자조모임 지인과 함께 그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보았다.

먼저 중부대학교 김기룡 교수는 정량지표 50개, 정성지표 61개 등 총 111개 이행지표 조사한 결과, 이행 2개, 부분이행 13개, 미이행 47개, 기타 49개로 이행률은 1.8%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결론으로는 ▲장애인 빈곤율 및 보호작업장 근로 장애인 비율 증가, ▲지적·자폐성·심리사회적 장애인 보호 체계 부재, ▲성년후견인 비율의 지속적 증가를 막는 의사결정 지원제도로의 개선 필요, ▲장애의 사회적 개념 채택을 위한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음 등이 주 내용이었다.

뒤이어 각 조항 지표들 관련 논의가 있었는데, ▲성인지예산 증가에도, 활동지원 수급받는 장애여성 비율 적음, ▲장애이주민 입국 및 서비스 접근 막는 차별적 법령개정 미이행, ▲서울시 탈시설 지원조례 폐지 등으로 시설정책 유지, ▲장애인의 다중적·교차적 차별 해소 위한 국가전략 미수립, ▲장애인 빈곤 경감계획 부재, ▲바닥면적, 건축 시기 등으로 건물 접근 제한하는 장애인 권리, ▲장애인 노동정책 내 채용공고 및 절차, 합리적 편의 제공, 재훈련 등의 분야에서 장애인 철폐 내용 미반영 등의 내용이 드러났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성인지예산 관련해 사회 구조적 성차별 인지 및 예상집행 시 이를 보정키 위한 계획 마련, ▲장애인차별금지법의 교차차별 내용 마련 및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탈시설 권리 법제화 필요, ▲바닥면적, 건축 시기 등의 제한 없는 접근권 보장을 위한 법률 마련, ▲제6차 장애인고용촉진 기본계획 등에 고용, 취업, 승진, 재훈련 관련 차별 금지 및 장애포괄적 조치 내용을 연차별 계획에 구체적으로 담아내기 등의 다양한 제언들이 쏟아졌다.

작년 최종견해 이행지표 1차년도 모니터링 보고회와 비교했을 때 CRPD 이행률은 작년과 같았으며,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기반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건 1년 전과 비슷했다. 장애인권리협약 제정, 그리고 우리나라가 협약에 비준 후, 지금까지도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기반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렇게 보면 우리나라 장애인 정책의 한계가 보이는 듯하다.

장애인권리협약을 담당하는 부처는 보건복지부이다. 그런데 보건쪽에선 의사들이 많이 일하고, 이들은 장애인을 권리 주체로 보기보단 그저 증상 덩어리이자 치료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의사들의 장애인식이 좋으면 모르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보건복지부라면, 의사들이 장애인 정책에 관여하며 엮일 여지가 적지 않으니, 장애의 사회적/인권적 모델에 기반한 정책이 나오기란 애당초 어려운 구조다.

세종시에 있는 보건복지부 본부 건물. ⓒWikipedia
세종시에 있는 보건복지부 본부 건물. ⓒWikipedia

따라서 보건부와 복지부로 나누며, 복지부에 장애인의 인권증진을 위한 장애인 부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장애인권리협약은 권리와 차별 등을 다루는 내용이기도 해, 이는 서비스 전문인 복지부보단 법무부에서 맡는 게 장애 주류화 관점에서 원칙적으로 맞다. 하지만 법무부도 장애인식이 그다지 높지 않기에, 보건복지부에서 맡고 있을 뿐이다. 현재 법무부에 별도의 장애인권국이 없어, 추후 이 부서의 설치가 필요하다.

그 외에도 접근권, 이동권은 따로 분절된 게 아닌 일상생활에서 하나의 연결된 과정인데, 건물 접근권 영역은 보건복지부, 이동권 관련 영역은 국토교통부에서 담당해 접근성 정책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래서 국토교통부에서 접근권, 이동권 영역의 정책을 통합해 효과적인 접근성 정책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고, 이 또한 장애 주류화 일환이 될 거다. 그래서 이제는 보건부와 복지부로 이원화하고, 장애의 주류화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 본다.

모든 발표가 끝난 후 인권위와 정부 입장을 듣는 시간이 있었는데, 보건복지부에선 이춘희 장애인권익지원과장이 나와 발표했다. 그는 키오스크 등 정보기기를 통한 장애인 정보접근권 및 ‘장애인등편의법’ 개정 등으로 건물 접근권 등의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 하면서, 유엔 CRPD 위원회의 2·3차 최종견해에 따른 127개의 이행과제를 도출, 이 가운데 103개는 수용, 20개가 일부 조건수용, 4개는 불수용으로 결론 났다고 밝혔다.

4개의 불수용 의견 가운데는 1개가 복지부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그건 정신질환자 관련 내용이었단다. 이를 들은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신석철 상임대표는 정신질환자의 어떤 부분이 불수용이고, 어느 장애인단체와 논의했는지를 질문했다. 한국장애포럼의 최한별 사무국장은 보건복지부의 UN 장애인권리협약 이행계획안이 공개된 자료인지 여부를 질문했다.

이에 대해 이춘희 과장은 국제적으로 비자의입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정신질환자 당사자 및 타인 보호를 위해 자·타해 위험이 있기에, UN에서의 전면폐지 권고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행계획안은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 심의 이전엔 공개가 어렵다고 했고, 장애인단체는 한국장애인개발원 등 이룸센터 입주 장애인단체들과 한국자폐인사랑협회 등을 언급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장애인정책연구센터 오욱찬 연구위원이 2022년 9월 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주최한 ’제2차 장애인리더스포럼‘에서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 수립방안 연구 추진 경과 및 계획을 밝히는 모습.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장애인정책연구센터 오욱찬 연구위원이 2022년 9월 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주최한 ’제2차 장애인리더스포럼‘에서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 수립방안 연구 추진 경과 및 계획을 밝히는 모습.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에 대해 신석철 상임대표는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는 아니라면서, 그런 단체를 포함시켜 논의하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었다. 아울러 강제입원의 단계적 폐지는 국제적 흐름이라는 지점을 강조했다. 보고회가 끝난 후 필자는 장애인단체 배제는 당사자들에게 상처를 주며, 강제입원을 막는 비강압적 방안도 당사자와 법률가 등으로부터 마련되고 있다고 이 과장에게 얘기했지만, 그는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국과 상의하겠다고 하면서 대화를 마쳤다.

정신건강정책국도 의사와 전문가 등이 대부분이고, 당사자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이 정책국의 경우도 심리사회적 장애인뿐만 아니라 심지어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권리 주체가 아닌 증상 덩어리이자 치료대상이란 관점이 주류임을 짐작할 수 있다. 진짜 지적·자폐성·심리사회적 장애인 당사자와의 의견을 물어보는 것에 대해선 이 과장에게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더구나 심리사회적 장애인은 급성기 때 강제입원 되기 쉽기에, 이걸 막기 위해 오픈다이얼로그, 정서적 심폐소생술, 고조완화기법, 동료지원 등의 비강압적 방법 등이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계, 시민사회단체, 법률가 등에게서 나오고 있는데, 이에 관해 이 과장은 별로 귀를 기울이진 않았다. 이 과장이 언급했던 한국자폐인사랑협회는 돌봄 요구가 큰 자폐성 장애인을 권리 주체 아닌 돌봄 객체로 보는 장애인단체라는 게 ‘자폐인의 날’ 행사 때 필자가 강하게 느꼈던 부분이었다.

종합하면, 장애인권익지원과장이 지적·자폐성·심리사회적 장애인 의사를 물어보지 않는 등 이들을 법적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부정적인 강한 의구심과 모욕감을 필자로선 떨칠 수 없었다. 복지라는 단어는 단 한 자도 없고, 인권과 자유가 핵심인 게 장애인권리협약인데, 그 과장이 CRPD를 인권보다는 복지, 보호의 관점으로 왜곡해서 보고 있진 않나 하는 느낌조차 떨칠 수 없었다. 

사실상 장애인 당사자 참여를 배제하고 비자의입원 전면폐지는 어렵다는 장애인권익지원과장 태도를 통해 앞으로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정책은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기반한 정책이 주류를 이루겠단 예상이 안 봐도 비디오처럼 눈에 훤히 들어온다. 전 세계적으로 의료적 모델에서 인권적 모델로의 장애 패러다임 변화 노력이 진행 중인데,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보건복지부 측을 보며 분노와 함께 한숨이 나온다. 정말로 장애를 바라보는 보건복지부 관점은 형편없다.

UN 장애인권리협약 최종견해 권고 이행 계획에 대해 보건복지부 측에서 이춘희 장애인권익지원과장이 밝히는 모습. ⓒ한국장애포럼 유투브 동영상 캡처
UN 장애인권리협약 최종견해 권고 이행 계획에 대해 보건복지부 측에서 이춘희 장애인권익지원과장이 밝히는 모습. ⓒ한국장애포럼 유투브 동영상 캡처

이렇게 된 게, 보건복지부 내에 최대 2년인 순환보직제 등으로 인해 장애인권리협약 내용을 공무원들이 훈련할 수 없게끔 하는 구조에도 원인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장애인권리협약의 내용을 훈련하며, 실제 장애인정책과 제도, 법률 등에 적용하고, 이를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인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의 피드백을 받는 정기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정부에 필요함을 새삼스러우나, 다시금 확인한다.

이외에도, UN CRPD 최종견해 이행지표 개발연대에서 만든 여러 지표들을 봤는데, 작년처럼 8조에서 장애인식교육 커리큘럼이 CRPD의 정신과 원칙, 내용을 반영한 것인지 모니터링하는 지표, 13조에서 법관 및 사법 종사자에게 CRPD 훈련하는 것에 대한 지표 등이 언급되지 않았다. 22조에선 위치추적장치 발부 시 장애인의 동의 절차 묻는 지표에서 강제된 동의는 제외한다는 내용 역시 작년처럼 없었다.

자폐성 장애인단체의 참여와 관련된 지표도 찾아볼 수 없었음은 물론, 지적·자폐성 장애인 자살률 계산 시 등록장애인에 대한 통계만 나와 조금은 의아스러웠다. 실제로 미등록 자폐성 장애인 당사자들 경우엔 자신의 장애 특성 드러나면 배제된단 두려움에 마스킹(Masking)하다 정신건강이 악화돼 극단적인 경우엔 자살까지 이른다. 그렇기에 자폐성 장애인 자살사망자 수가 적은 게 이해되지 않았고, 정확한 통계이려면 미등록 자폐인 관련 통계를 포함하던지, 포함하기 어려우면 정신건강 질적 조사를 이들과 관련해 시행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필자와 같은 자조모임의 윤은호 조정자는 제8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인 KCD-8이 ICD-10을 그대로 가지고 오면서, 정신지체, 자폐증 등의 장애 차별 용어 수정 없이 2025년 6월에 정부에서 그대로 발표할 예정이란 걸 예로 들며, 아직도 장애의 사회적 모델이 아닌 의료적 모델에 얽매인 한국 사회라며, 이에 관한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아무튼, UN CRPD 최종견해 이행지표 개발연대에서 만든 지표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지만, 그래도 나름 열심히 만들고 조사한 것이라 연대 측에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번 보고회를 통해 CRPD 이행률 1.8%인 등 아직도 의료적 모델에 얽매인 장애인정책과 이를 추동하는 구조들, 그리고 보건복지부 측의 태도를 보며, 정부의 UN CRPD 이행은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밖에 없음을 다시금 절감했다.

장애인 인권역사가 실은 지리멸렬하지만, 6년 동안의 장애인 접근권 관련 싸움과 수년간의 지적장애인 투표권 투쟁 등을 통해 얻은 당사자들의 승리를 생각하면 질긴 놈이 승리한다는 속설이 다시금 떠오른다. 그러니 역사가 지리멸렬해도 때로는 힘들고 넘어질 때가 있어도 중심은 지키려고 매일 조금씩이라도 동료들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다짐해보며.

UN 장애인권리협약(CRPD) 최종견해 지표 2차년도 모니터링 결과 보고회 시작 전 기념사진. ⓒ이원무
UN 장애인권리협약(CRPD) 최종견해 지표 2차년도 모니터링 결과 보고회 시작 전 기념사진. ⓒ이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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