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이원무 칼럼니스트】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영석 의원이 ‘경계선 지능인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는 소식을 접했기에 필자는 그 발의안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대략 훑어보았다. 내용 설명 전에 먼저 경계선 지능인에 관해 말하면, 이들은 지능지수 IQ가 71~85인데 지적장애 기준으로 하면 70 이상이라 장애등록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인지능력 등의 부족과 비장애 중심 문화 속에서 오는 차별적 문화가 상호작용해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많기에,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의 장애 정의를 생각해보면 경계선 지능인은 장애인 중 한 부류로 정의하는 게 맞다. 이와 관련해 그동안 보건복지부는 다양한 장애 유형을 인정해 장애의 영역을 확장하긴 했으나 장애마다 기준이 순전 엄격한 의료적 기준으로 되어 있다.
이 점을 생각해보면, 이후 경계선 지능인을 장애인으로 인정할 경우, 보건복지부 관행으로 봤을 땐 이들에 관해 순전한 의료적 기준으로 정의할 게 예상되지만, 이 예상이 거짓이길 바라는 바다. 더군다나 요즘엔 지능도 지능지수만이 아닌 자기이해, 판단, 추론 등 다양한 지적능력을 포함한 다중지능이라는 개념으로 진화됐기에, 지능을 지능지수로만 바라보는 관점은 지양되어야 함을 아울러 말해둔다.
어쨌든 서영석 의원 등이 발의한 ‘경계선 지능인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훑어보고 읽어봤는데, 법안과 관련된 현재 논의사항들, 법률안의 여러 조항들을 보며 우려가 들긴 했었다. 왜 그런지 이야기해보겠다. 먼저 법률 발의안 제2조에 ‘경계선 지능인’의 정의를 보면, 발달장애인법에 따른 발달장애인에 해당하지 않지만, 학습능력과 인지능력의 부족으로 학습과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어, 지원과 보호가 필요한 사람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되어 있다.
‘경계선 지능인’의 어려움은 학습능력 등의 부족으로 인한 개인적 요인 외에도 이들을 둘러싼 법적·제도적 차별 등 사회적 장벽까지 상호작용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정의를 보면, 경계선 지능인이 겪는 어려움은 오로지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는 식의 정의인 것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에 대해 규율한 제4조에서 2항을 보면 경계성 지능인이 인지능력으로 인해 차별을 받는 등 권리가 침해받지 아니하도록 필요한 지원을 실시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들이 겪는 차별의 이유는 인지능력도 있겠지만 이들에게 있는 여러 다양성, 예를 들면 장애, 성적 지향, 성별, 의견, 계급 등의 사회적 지위 등에 의해서도 차별받을 수 있다.
하지만 오로지 차별 이유로 인지능력만을 명시한다. 인지능력, 장애, 성적 지향, 사회적 지위 등이 상호작용해 생기는 교차적 차별이 ‘경계선 지능인’이 삶에서 받는 차별일 터이다. 그렇다면 장애, 인지능력, 성적 지향, 나이, 의견, 사회적 지위 등으로 인해 경계성 장애인에 대한 차별로 권리가 침해받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식으로 조항을 명시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동조 4항에는 경계선 지능인 관련 복지시책의 적극적 홍보 및 이들에 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한 인식개선에 필요한 정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식개선교육 커리큘럼이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을 오로지 개인의 문제로 왜곡하는 식이라 다양성 존중을 바탕으로 권리협약의 내용과 정신을 반영한 커리큘럼으로 변화해 진행해야, 경계선 지능인을 실질적으로 이해하고 지원할 수 있는 안목이 생길 것이다.
제6조에는 경계선 지능인의 성장에 대한 1차적 책임을 가정에게 두는 조항을 명시하고 있는데, 관련해 우리나라의 장애인 및 그 가족의 지원체계는 이들의 욕구에 기반하지 않고 예산지원도 부실한 것이 그 특징이다. 가정뿐만 아니라 국가, 지자체의 지원이 함께 해야 경계선 지능인이 다른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데, 이 조항을 보면, 이들의 복지 책임은 오로지 가족에게 일차적으로 전가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조항이다.
법률 발의안 제12조 자기결정권의 보장 부분을 보면 1항엔 주거지 결정, 의료행위 동의나 복지서비스 이용 여부 등에 대해 경계선 지능인이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가지고, 2항엔 의사결정 시 충분한 정보 및 도움 요청할 권리가 경계선 지능인에게 있음을 명시한다. 3항에선 스스로 의사결정 능력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보호자는 경계선 지능인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되, 당사자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도록 해야 함을 또한 명시한다.
여기서 ‘충분한’, ‘상당한’이라는 것이 추상적이고 기준이 모호한 데다, 당사자 아닌 남이 대신해주는 결정인 ‘대체의사결정체계’에 익숙한 우리 사회를 생각해보면 보호자가 당사자의 의사결정 지원 시 ‘최선의 이익’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3항은 자칫 잘못하면 의사결정을 당사자 대신 대리하는 식으로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구실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과거 발달장애인법 제8조 자기결정권의 보장과 관련해 3항에 나온 내용과 같고, 당시에도 이와 같은 우려가 제기됐었다. 차라리 이 경우엔 경계선 지능인 입장에서 주변 여러 사람의 의견을 반영해 당사자의 자기결정을 지원자가 해석하는 ‘최선의 해석’ 관점으로 당사자 의사결정 능력을 최대한 존중하는 차선책으로 가야 한다. 아니면 구체적으로 지원의사결정체계 도입을 고민하면서 추진하던지. 그러지 않는 이상 당사자 권익침해는 불 보듯 뻔하다.
법률 발의안 제13조 형사·사법 절차상 권리보장에 대해선 1항에서 경계선 지능인이 재판 당사자일 시, 당사자와 신뢰 관계에 있는 사람, 중앙경계선지능인지원센터 등의 임직원 등이 법원 심리과정 시 보조인이 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그런데, 보조인의 역할이 명시돼 있지 않아 경계선 지능인 지원 시 막막해질 수 있다. 이때, 당사자 개인에 적합한 사법지원 신청 행위, 당사자의 소송행위에 필요한 의사결정 지원 등을 보조인 역할로 명시하면 어떨까 싶다. 이외에도 경계선 지능인 당사자 관점에서 보조인 역할이 또 있을 텐데, 이 부분의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 하겠다.
동조 2항엔 경계선 지능인을 증인으로 신문할 시, 당사자와 당사자 보호자, 검사, 경계선지능인지원센터 장의 신청이 있을 때엔 경계선지능인과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을 동석하게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가족에 의한 학대가 심한 현실, 가족이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제한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게 우리나라 현실임을 고려하면, 가족 가운데 신뢰관계자는 누구인지, 보호자나 전문가 관점이 아닌 경계선 지능인 당사자 관점에서 향후 정의될 필요가 있다.
법률 발의안 제15조 지원신청 부분에선 2항에 경계선 지능인이 미성년자일 시 보호자가 지원서비스 신청을 하면서, 보호자 신청을 경계선 지능인의 신청으로 본다는 조항이 있다. 미성년자도 능력이 발전하니, 미성년자의 발전하는 능력을 존중해 이들의 의사를 반영해 지원서비스를 신청해야 하는데, 보호자 신청으로만 갈음하는 것 역시 경계선 지능인의 법적 능력을 무시한 조항이다.
법률 발의안 제16조엔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 제17조엔 경계선 지능인과 지원서비스 제공기관 연계 등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발달장애인법에도 이런 조항들이 있지만, 개인별 지원계획을 세웠어도 복지서비스 자체가 부족하고 관련 해당 지역에 서비스 이용자가 너무도 많아 기약 없이 대기 해야 함은 물론, 서비스제공기관에서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행동을 이유로 거부하는 사례도 있다. (출처: 시행 7년째인데…발달장애 ‘맞춤 지원’ 고작 0.6%만 이용, 2022년 9월 28일 한겨레 기사)
무엇보다 복지서비스 제공기관이 발달장애인지원센터의 개인별 지원계획에 따른 요구를 들을 의무도 없는 게 문제다. 더군다나 서비스가 장애인과 그 가족의 욕구, 선호, 의지에 따르기보다는 예산과 구 장애등급으로 제한되는 것들이 많아, 개인별 지원계획의 취지가 무색하다.
따라서 이런 발달장애인법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서비스가 경계선 장애인과 그 가족의 욕구, 선호, 의지 등에 따르도록 제도를 바꿈은 물론, 경계선 지능인 법안에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지원서비스 제공기관은 경계선지능인지원센터 요구를 따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조항을 명시하고 관련해 실질적 장치를 둬야 한다. 예산도 충분하게 개인별 지원계획을 세우는 건 물론이고, 계획 수립 관련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이러지 않는 한, 16, 17조는 유명무실한 조항이 될 거다.
법룰 발의안 제18조엔 조기진단과 개입 부분이 나오는데, 주로 경계선 지능인을 조기에 발견하고, 이들에 대해 지원하는 것과 관련한 내용이다. 하지만 미성년자가 경계선 지능인으로 의심되는 경우만을 명시하고 있다. 성인이 된 다음 자신이 경계선 지능인으로 의심될 경우 이를 지원할 근거가 법안에는 부재하다. 심지어 경계선 지능 진단과 관련한 비용 지원 부분이 명시돼 있지 않다.
법률 발의안에서는 교육 지원도 규정하고 있는데, 주로 경계선 지능 아동과 관련된 교육, 그러니까 초·중·고 교육을 명시하고 있고, 이외에도 평생교육 등을 규정한다. 대학교 및 대학원 등의 고등교육과 대안교육과 관련된 지원근거를 이 법안에서는 찾아볼 수 없으니 법안을 통해 교육에 관한 경계선 지능인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제한하는 처사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
경계선 지능인도 쉽거나 맥락에 따른 자료 등 개개인의 요구에 따른 자료를 지원받고, 정서적 지원이 있는 등의 합리적 편의가 있으면, 고등교육 이수하고 괜찮은 일자리에 취직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런 가능성을 고려 안 하고 평생교육까지만을 규정하는 것은 지적·자폐성 장애인처럼 경계선 장애인도 능력 없다는 편견을 전제로 이 법안을 발의한 것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법률 발의안 제21조엔 고용 및 직업훈련 지원에 관해 규정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경계선 지능인 관련 고용 및 직업훈련 등에 대한 논의들을 쭉 보면, 주로 이들의 능력 향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고등교육 접근성 보장 등 교육에서의 선택권 증진과 직장문화에서의 신경전형적(비장애 중심) 문화에서 나오는 차별적 요소를 제거하는 방안 등이 법안에 마련되지 않는다면, 경계선 지능인의 고용은 지속가능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21조 또한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것이다.
법룰 발의안 제31조는 경계선 지능인 관련 단체의 보호·육성 등을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경계선 지능인 주도적으로 활동하기보다는 보호자나 기관이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예산의 범위 안에서 관련 단체 사업·활동 또는 운영 등에 필요한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기에 임의조항이다. 예산 부족하면 지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관련 단체의 사업·활동, 운영 등에 필요한 경비 지원을 의무화하는 조항을 명시함은 물론 보호자가 아닌 경계선 장애인이 주도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구조 마련과 이들이 단체활동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쉽거나 맥락에 따른 자료 제공과 단체운영을 위한 당사자 리더십 구축 프로그램 등 지원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이런 내용을 법안에 녹여내는 게 필요하다.
경계선 지능인 지원기관인 중앙경계선지능인지원센터와 지역경계선지능인지원센터에 대한 설명은 법률 발의안 26~27조에 걸쳐 나와 있다. 여기선 이 센터들의 예산이 관건이다. 발달장애인법 시행 때처럼 장애인 삶의 증진과 관련된 실질적인 예산이 충분히 배정되지 않는다면, 경계선 지능인 권리구제와 관련한 변호사 채용도 되지 않는 등의 실질적 어려움을 센터는 겪을 거다.
마지막으로 이 법룰 발의안에서 시행부처는 보건복지부인데, 보건 쪽에는 의사들이 많이 일하고, 이들은 장애인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떨어짐은 물론 장애인을 인격체보단 증상 덩어리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이 경우 ‘경계선 지능인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이들과 관련한 정책은 당사자 중심보단 제공자 중심에 장애의 의료적 관점이 다분한 정책이 될 우려가 있다.
그래서 보건부와 복지부로 나눈 다음 경계선 지능인에 관한 법률 시행부처를 복지부로 하는 것이 맞다. 물론 복지부 안에서도 공무원들이 권리협약을 훈련하는 구조 만들기와 정기적이고 실질적인 훈련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종합하면 경계선 지능인 지원에 관한 법률 발의안은 당사자의 권리증진을 위한 법률안이기보다는 당사자 부모나 전문가 등의 관점이 짙은 법률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법률안을 만들고 발의할 시 당사자인 수많은 경계선 지능인들의 의사를 물어보는 게 부족했던 건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경계선 지능인을 지원하는 근거를 담은 법률안을 만드는 것엔 환영한다. 하지만 법안 만들 시 수많은 경계선 지능인들의 의사를 이들에게 직접 물어보고, 이들의 관점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을 지원할 예산이 충분해야 함은 물론, 실질적으로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증진하는 등 장애의 사회적/인권적 모델의 관점이 담긴 내용으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장애의 인권적 모델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국가, 지자체의 청사진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당사자 부모 등은 당사자에게 정보제공만 하고 나머지는 당사자 스스로 결정하도록 지원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는 한, ‘경계선 지능인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들, 경계선 지능인들은 법률을 통해 삶의 변화를 체감하기는커녕 이전과 다를 게 없는 삶을 살거나 삶의 질이 악화된 채로 살아갈 것이다.
앞으로 수많은 경계선 지능인들의 의사를 물어보는 등 이들의 관점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인식과 인프라 구축, 실질적인 자기결정권 증진 내용 등이 어우러져 당사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내용의 법안이 만들어지길 국회와 정부 당국 등에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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