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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찬 기자-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기자에게 시내버스는 저시력으로 인해 버스 번호를 확인하기도 어렵고, 버스를 타더라도 내려야 하는 위치를 확인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기자가 이용하는 대중교통은 무조건 지하철이다. 하지만 기자의 집은 5호선 목동역에서 도보 20분, 9호선 등촌역에서 도보 30분의 거리에 위치한 비역세권이다.
목적지에 따라 5호선이나 9호선을 이용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집에서 거리는 좀 더 멀어도 5호선보다 9호선이 더 편하다. 역에서 쿄통카드를 개찰구에 찍을 때 ‘찍혔다’는 불빛이 확실하게 눈에 들어오고, 9호선은 모든 스크린도어 위에 다음 역이 무슨 역인지 안내가 잘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등촌역은 9호선 일반/급행 구분없이 일반열차만 정차하는 역이기 때문에 헷갈려서 탑승할 가능성도 제로다.
반면 5호선은 교통카드를 개찰구에 분명히 찍었다고 생각했지만, ‘찍혔다’는 것을 기자의 저시력으로 확실하게 확인하기 어렵다. 청각장애가 있기 때문에 교통카드가 ‘찍히는’ 소리도 물론 듣지 못한다. 덕분에 목동역에서 교통카드를 찍고 개찰구를 통과하려고 할 때마다 개찰구 입구 양쪽에서 장애물 두 녀석이 불쑥 튀어나와 기자의 앞길을 가로막을 때가 종종 있었다.
또 5호선은 9호선과 다르게 스크린도어 위의 안내문구가 모두 통일되어 있지 않다. 어떤 스크린도어 위에는 다음 역이 무슨 역인지 안내되고 있지만, 어떤 스크린도어 위에는 아무것도 없는 곳도 있다. 그 안내문구도 같은 5호선이라고 다 똑같지 않다. 저시력 입장에서는 당연히 조금이라도 더 크게 디자인된 글씨가 보기 편한데, 글자의 크기도 작을 뿐만 아니라 글자체도 보기 불편한 디자인이 있어서 읽기 불편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목동역에서 5호선을 타고 사무실로 출근할 경우, 영등포시장역에서 내려야 한다. 목동-오목교-양평-영등포구청-영등포시장 순서로 네 번째 역에서 내리면 된다. 지나는 역의 수도 그리 많지 않아서 외우기 쉽지만, 영등포시장역에서 내리지 못한 적이 발생하곤 했다.
우선 탑승한 5호선의 스크린도어 위에 나오는 글자가 기자의 저시력으로 읽기 어려운 디자인인 경우, ‘글자 수’로 다음 역이 무슨 역인지 이해했다. 오목교는 세 글자, 양평은 두 글자다. 문제는 영등포구청과 영등포시장 둘 다 다섯 글자이면서 동시에 첫 세 글자가 영등포로 같기 때문에 뒤의 두 글자를 정확하게 읽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잠시 다른 생각을 하다가 목동역에서 지하철을 탄 지 세 정거장 째인지 네 정거장 째인지 순간적으로 헷갈린 적이 있다. 스크린도어 위를 보니 다음 역이 무슨 역인지 ‘영등포’로 시작하는 다섯 글자가 나와 있다. 감으로는 지하철을 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아서 영등포구청역으로 생각하고 한 정거장을 더 갔는데, 영등포시장역이 아니라 신길역이었다. 그렇게 신길역까지 한 정거장을 더 갔다가 다시 영등포시장역으로 돌아온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러던 중 스크린도어 위의 글자를 확인하지 않고 다음 역이 무슨 역인지 알 수 있는 옵션을 발견했다.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닫혀 있는 스크린도어에는 ‘발빠짐 주의’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런데 우연히 지하철 안에서 스크린도어가 닫힐 때 문에 적힌 문구를 자세히 보게 되었다. 지하철 밖에서 봤을 때는 분명히 ‘발빠짐 주의’였는데, 지하철 안에서 확인했을 때는 현재 정차하고 있는 역 이름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그 글자는 스크린도어 위에 안내되는 글자보다 훨씬 큼직하게 디자인되어 있어서 확인하기 너무 편했다.
다만 이 글자는 계속 확인할 수 없고, 정차하면서 문이 열리고 닫히는 순간에 아주 ‘잠깐’ 확인이 가능하다. 스크린도어에 바짝 붙어 서서 집중력 있게 확인해야 한다. 높은 집중력을 필요로 하지만 덕분에 영등포‘구청’과 영등포‘시장’을 헷갈려할 확률은 완전히 지울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알게 된 옵션이 다른 호선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지 확인해 보았다. 2호선도 지하철이 정차할 때마다 열고 닫히는 스크린도어에 정차한 역이 무슨 역인지 글자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5호선과 비교하면 글자의 크기가 몇 배는 작았기 때문에 확인하기 쉽지 않았다. 또 1호선도 적혀 있었지만 글자가 디자인된 배경이 어두워서 글자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저시력이라서 스크린도어 위의 안내문구를 제대로 읽기 어렵고,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안내방송을 잘 듣지 못한다. 그래도 잘 찾아보면 어딘가에 다음 역이 무슨 역인지 확인할 수 있는 옵션이 있을 것이다. 그게 저시력을 위한 게 아니라 각 호선별로 특징을 반영한 것이라서 아쉬움이 있지만, 이런 디자인이나 특징들을 잘 정리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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