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교사도 학부모도 학생도 컴퓨터나 모바일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컴맹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는 시대가 되었다. 금융, 교육, 사회, 문화 전반적인 활동과 참여에서 배제되므로 단순한 문맹의 수준보다 더욱 심각한 상태에 놓인다. 문맹은 글을 몰라도 말로 대화는 할 수 있지만, 컴맹은 신변처리나 가정생활 외에는 어떤 사회활동도 할 수 없고, 더구나 자녀 교육도 힘들게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런데 문맹은 개인의 정보화 부족으로 야기되기도 하지만, 원천적으로 국가가 접근성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아 발생하기도 한다. 정부는 “전 국민을 위한 시스템 나이스”라고 말한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은 전 국민에서 제외되고 있다. 이제 국가가 시각장애인은 국민이 아니라 여기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은 교사일 수도 있고, 학생일 수도 있으며, 학부모일 수도 있다. 교사에게 접근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을 때 다른 교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자존감이 상하기도 하고, 학생의 정보를 노출해야 하기도 한다. 동등한 활동을 하지 못하면 동등한 교사가 되지 못한다.
학부모의 경우 시각장애인이라면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하여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다. 그러므로 자녀 교육에서 배제되고, 이는 부모의 자격 박탈과 같은 아픔을 느껴야 한다. 자녀에게 장애로 인해 무능력을 보여야 하고, 진학에 대하여 한마디 할 수도 없다. 그저 열심히 하라는 말밖에는. 그리고 학생의 경우 시각장애인이라면 자신의 성적 관리나 생기부 관리를 위한 정보를 얻을 수 없으므로 인해 자기관리가 어렵고, 교육이라는 망망대해에서 풍랑에 휩쓸리는 신세가 된다.
현대 교육은 부모와 교사와 학생의 적극적 참여를 요구한다. 하지만 나이스를 통한 접근의 금지는 시각장애인들을 학교 담장 밖으로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시각장애 교사 일부는 조금의 접근성과 훈련된 요령으로 일부 교사들은 나이스를 어느 정도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접근성을 보장했다고 함에도 불구하고 시각장애 교사에게도 제한적이다.
시각장애 학부모들은 전혀 나이스에 입장할 수 없다. 국가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라고 해놓고, 부모는 아이의 생활을 볼 수 없게 만드는 모순된 현실에 매일 분노하고 있다. 학교의 디지털 담벼락의 높고 높음에 그저 학교에 보내기만 할 뿐이다.
정보는 생명이다. 특히 교육 정보는 자녀들의 미래와 직결된다. 하지만 시각장애 부모는 자녀의 학교생활기록부를 한 번도 스스로 열람해 본 적이 없다. 성적표, 출결사항, 학교 공지사항, 무엇 하나 직접 확인할 수 없는 현실이니 자녀 양육에서 무능력자가 되어버렸다. 국가가 만든 성이지만 시각장애인들의 입장을 거절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홈페이지는 시각장애인 접근성을 철저히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육부가 운영하는 나이스는 국가 의무교육의 핵심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시각장애인의 접근권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 교사는 학생 정보를 동료에게 부탁해야 했습니다. 교사로서의 자존감이 무너졌습니다. 시각장애 부모는 자녀의 생활기록부조차 볼 수 없어 타인에게 의존하는 모욕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시각장애 학생은 본인 기록을 스스로 열람할 권리를 빼앗겼습니다.”
“우리는 묻습니다. 국가가 정한 의무교육인데, 그 의무교육조차 정보접근을 막아 부모와 아이를 갈라놓는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습니까? 그럴 거면 국가가 눈을 보이게 해주십시오. 그러지 못할 바엔 최소한 우리에게 나이스에서 정보를 볼 권리라도 보장해 주십시오.”
한국은 디지털 기술 선진국이자 디지털 접근성 후진국이다. 미국의 경우 미국장애인법(ADA Section 508)에서 웹사이트 및 전자정보 접근성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배리어프리법에서 민원 문서 및 공공정보 전자점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는 Equality Act 2010)에서 GDS 기준 준수 및 법적 책임을 국가가 행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있고 지능정보화사회기본법이 있지만, 접근성 보장은 선언적 의미만 기능하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디지털 웹 접근성의 경우 차별의 판단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는 모든 서비스 제공의 제도를 마련하고 국민들에게 신청을 해야만 기회를 준다. 그 기회를 모르는 국민에게는 어떠한 혜택도 주지 않는다. 홍보와 국민 개인의 권리를 챙겨주는 국가의 책임은 없는 것이다. 나이스의 경우 접근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시각장애 학부모들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단한번도 그 복잡하고 어려운 나이스 이용방법에 대하여 설명이나 교육을 한 적이 없다. 그래서 시각장애인 학부모에게 나이스는 그림의 떡이다.
나이스도 국가표준 KWCAG 2.1 및 웹 접근성 품질 인증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시각장애인의 음성출력 프로그램인 스크린리더와 호환, 키보드 조작 가능, 명확한 메뉴 구조, 자동 배너 등 방해 요소 제거, 업그레이드되는 정보나 데이터들의 접근성 업그레이드 상시 점검, 웹 접근성 전문가 상시 배치 및 품질 점검, 지속적 학보모를 대상으로 한 나이스 활용 교육 등이 요구된다.
그리고 나이스의 전자점자 서비스가 확대되어야 한다. 학생 및 학부모 페이지 생활기록부 전자점자 서비스 확대, 시각장애 교사, 학부모, 학생 등이 타인의 도움 없이 독립적으로 전자점자 저장 및 재확인 가능, 교사, 학부모, 학생 등이 접근하는 모든 웹페이지 전자점자 다운로드 기능 등이 제공되어야 한다.
또한 사용자 중심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시각장애인 당사자 및 전문가가 참여하는 사용성 평가, 시각장애 교사, 부모, 학생 의견 반영한 개선 체계, 사용자 테스트 정례화 등이 요구된다.
교육부는 모든 교과서를 e북으로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가 e북은 참고자료이고 교과서는 아니라고 말을 바꾸었다. 처음 계획이 희망에 부풀어 현실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결과이다. 시각장애 학생에게 전자교과서의 활용에 대한 방안은 전혀 모색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만 달리는 정책 역시 포부나 작심에 비해 의지는 강하지만 능력과 노력과 예산투입에 소홀한 결과 아무런 성과도 없이 희망 고문과 불안만 조성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