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누구나 건강할 권리가 있다’는 평등의 가치를 내세우지만, 실제 그 권리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장애인’은 국가의 건강 관련 통계에서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통계의 누락이 아니라,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구조적 차별이다.
올해 4월 29일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성명서를 통해 “건강 관련 국가 통계 자료에 장애인 조사 항목을 추가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국민건강보험통계, 국민건강영양조사, 지역사회건강조사, 국가암통계 등 국가의 대표적인 건강 통계에서 장애를 구분하는 항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장애인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고, 알 수 없으니 ‘무엇이 필요한지’를 파악하지 못하며, 결국 ‘어떤 정책을 세울지’ 결정할 수 없다.
장애인의 건강권은 단지 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예방, 진단, 치료, 재활까지 모두 포함하는 생애 전 주기적 권리이며, 이것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 기본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기초 자료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
장애인 실태조사는 오직 ‘등록’된 장애인만을 표본으로 삼는다. 미등록 장애인은 보건의료체계에서 완전히 배제된다. 장애인이 겪는 건강 불평등과 사각지대는 국가 데이터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었고, 정책에서도 지워지고 있다.
건강 관련 통계에 장애인 항목이 빠져 있는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이것은 건강 불평등을 구조적으로 방치하고 재생산하는 명백한 차별이다. 국가가 포괄적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으면, 어떤 의료 접근권 개선도 ‘근거 없는 구호’로 전락할 뿐이다.
장애인의 질병 패턴, 만성질환 유병률, 정신건강 상태, 재활 의료 이용률 등은 기존의 비장애인 중심 통계로는 결코 드러나지 않는다. 수치가 없으면 정책도 없다. 정책이 없으면 서비스도 없다.
국제적으로도 장애인 포용 정책(disability inclusion policy)은 시대의 흐름이다. ‘장애인을 별도로 분리’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OECD, WHO, UN 모두 통합적 데이터 수집과 포괄적 정책 설계를 강조하고 있다. 이 흐름에서 한국은 아직 ‘기초 자료 구축’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통계에 장애인 항목을 추가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단지 두 가지 질문만 포함시키면 된다. “장애가 있습니까?” “장애의 유형과 정도는 무엇입니까?” 이 간단한 두 질문만으로 우리는 장애인의 건강을 위한 기초 인프라를 세울 수 있다.
건강정책, 예산 편성, 지역 보건소의 장애인 지원 프로그램 등 수많은 결정의 기준점이 생긴다. 포괄적 통계는 곧 포용적 정책의 시작점이다.
많은 장애인들이 ‘건강하게 살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은 공식 통계에서조차 누락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장애인을 건강정책의 주변부가 아닌 중심에 두어야 한다.
그 첫걸음은 ‘장애인 항목을 포함한 건강 통계’에서 시작된다. 포용 없는 숫자는 차별일 뿐이다. 통계에 포함되지 않으면, 사회적 정책이나 제도에서도 고려되지 않는다. 이제는 국가가 답해야 한다. 당신은 정말 모든 국민이 건강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가? 그렇다면 이제, 장애인도 국가 통계에 포함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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