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이원무 칼럼니스트】 7월 4일이 지적발달장애인의 날 20주년이라고 한다. 이날은 지적·자폐성 장애인에 관한 민중 이해를 높이고 이들의 자립의지. 사회참여 증진 목적으로 2005년 한국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창립일 7월 4일을 기념하고자 이날로 정했다고 한다. 이날을 기념해 유공자 표창, 발달장애 인식개선 캠페인, 자기권리 주장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단다.
그런데 기념 취지와는 상당히 다른 현실들이 우리나라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에게 벌어지고 있다. 요즘 벌어지는 일만 봐도 그렇다. 이번 주 화요일에 통계청에서 소위 ‘KCD-9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 개정안에는 KCD-9에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넣긴 했지만. ‘소아기자폐증’, ‘정신지체’ 등의 명칭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통계청에선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등재했고 WHO 저작 라이선스 문제 때문에 ‘자폐증’, ‘정신지체’라는 명칭이 유지됐다고 그 이유를 밝힌다.
하지만 WHO 저작 라이선스가 국제인권법에 당연히 우선할 순 없다. 그리고 자폐성 장애, 지적장애는 고칠 수 없고, 하나의 정체성이자 다양성이다. 하지만 ‘자폐증’이란 말을 통해 자폐성 장애를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유지됨은 물론 자폐인의 행동치료 등이 성행할 거다. 자폐성 장애가 뇌의 차이로 인한 것임을 보면, 행동치료는 자폐인에게는 인권침해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더군다나 돌봄 요구가 큰 지적·자폐성 장애인에게는 국가폭력인 시설수용 정책을 국가 차원에서 유지해, 탈시설 정책에 제동 거는 일이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 유지되거나 더 많아질 게 우려된다. 장애인복지법에 시설 목적이 기능 회복과 사회적 향상을 추구함을 명시한 것을 보면, 이는 비장애중심주의가 그 지향점이다. 이런 시설의 목적은 특히 지적·자폐성 장애인에게는 도달할 수 없는 기준을 강요하는 것이라 상당히 폭력적이다.
이번 6월 마지막 날에 필자는 장애인 거주시설 개선방안 토론회가 있어 가봤는데, 발제자건, 토론자건 전부 다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기반한 이야기에, 시설수용의 정당성을 설파하는 내용들이 중심을 이뤄 마음이 쉽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인권적 모델에 기반한 지역사회 서비스 마련에 관해 정부에서 사실상 방기했고, 이 점을 천주교 등의 시설세력들이 교묘하게 파고들어 시설수용을 주장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게 됐다는 사실이 개탄스럽지만 말이다.
이외에도 지적·자폐성 장애가 치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당 형기 이상으로 최장 15년 동안 치료감호소에 수용되는 형태도 적지 않게 계속될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정신지체’라는 것도 지적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이라 지적장애인에겐 상당히 모욕적이며, 장애를 고쳐야 하기에 다양성을 존중하는 Inclusive Education과는 거리가 먼 특수교육 등의 분리교육 정책은 여전히 유지될 거다.
지난 4월 21일에는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이 실종 예방을 위한 위치추적기 장착 시 장애인 당사자의 동의에 따라서 진행되도록,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실종아동법)을 일부 개정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그런데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 등으로 스스로 동의를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동의 생략해도 된다는 취지의 내용이 일부개정법률안에 추가됐다.
의사소통이 어렵다 하더라도, 대체보완의사소통이나 몸짓, 발짓 등으로 꾸준히 의사소통을 하다 보면, 돌봄 요구가 큰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의지와 선호를 알게 됨으로, 동의 여부도 알게 될 실마리가 보인다. 또한, 국가, 지자체 차원에서 성년후견인, 시설 관계자 등을 제외한 신뢰관계인들로부터 의견들을 받고, 이것들로부터 최선의 해석결과를 내리며, 이때 정보주체인 지적·자폐성 장애인 당사자들의 의견을 신뢰관계인이 간섭하거나 대신하지 않아야 한다는 차선책과 같은 조항을 넣는 것이 맞다.
그리고 동의 철회 및 부모 등 보호자로부터의 사생활 보호 방안 등도 명시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 모든 사항들은 실종아동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 찾아볼 수 없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의 경우에 위치추적기 발부와 관련한 자유롭고 고지된 동의는 생략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정신능력을 이유로 법적 능력을 박탈하고 이는 이들의 사생활 및 이동권과 자유까지 침해하는 결과까지 이어지는 것이라 상당히 우려스러웠다.
여기에는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에 정신적 장애인에 대한 실태조사가 부재하거나, 체계적이고 정기적인 국가 차원의 이동권 교육까지 부재하다는 점도 한 몫을 한다. 이런 점을 우려해 우리 자조모임에서 검토의견을 냈었다. 정신적 장애인의 법적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어 자유롭고 고지된 당사자의 동의하에 위치추적기를 발부하고, 이동권이 제대로 보장되는 날은 과연 언제일까? 이런 물음 속에 답답함이 밀려온다.
그 외에도, 단순노무직에 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는 이 상당히 많다. 직장 내에서 정서적 학대에 시달리는 지적·자폐성 장애인들도 적지 않다. 미등록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경우는 어떤가? 법정으로 장애가 등록되지 않아, 장애인이 아니므로 고용, 교육, 사법, 소득 영역 등에서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 더구나, 미등록 자폐인 등은 자폐 특성이 드러나면, 직장, 교육 등지에서 배제되기에, 특성을 감추는 마스킹을 하지만 도리어 정신건강은 나빠져만 간다.
이와 같은 현실이 있어, 오늘 맞이하는 지적발달장애인의 날은 그저 형식으로 느껴진다. ‘자폐인의 날’처럼 지적·자폐성 장애인은 주인공이 아닌 그저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 더군다나 한국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산하에는 공동생활가정, 단기보호시설 등이 있는데, 이것도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박탈하는 시설의 일종이라 당사자들의 자립증진과 사회참여와는 거리가 멀다.
이런 형식적인 지적발달장애인의 날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 지적·자폐성 장애인 당사자의 법적 능력과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이 진정으로 존중되며, 이들에게 교육, 고용 등의 영역에서 합리적 편의가 권리로 인정되어 실제로 이를 보장하고, 적어도 최저임금은 보장되는 그런 사회를 보고 싶다.
형식적인 기념일을 넘어서,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과 권리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어떤 것일까? 그게 현실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답을 찾기 시작해야 할 때는 바로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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