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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이용석 편집장]
2025년 대한민국 정치는 격동의 연속이었다. 작년 12월 발생한 ‘12.3 내란 사태’는 우리 헌정질서에 치명적인 충격을 안겼고, 그 파장으로 정권은 교체되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과 조기 대선을 거쳐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는 과정에서 국회 역시 정치적 균열과 재편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놓였다. 이 같은 거대한 변화는 장애시민의 정치 지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제22대 국회에 입성했던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최보윤 의원은 정책 입안자로서의 역할에도 정권 교체와 내란 사태 이후 정치적 역할에도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더인디고는 두 편에 걸쳐 이들 3인의 지난 1년간의 정치활동을 돌아보고 향후 장애당사자 정치의 나아갈 방향을 짚어보고자 한다.
지난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세 명의 장애당사자 비례대표 국회의원인 서미화(더불어민주당), 김예지(국민의힘), 최보윤(국민의힘)은 장애시민의 정치 참여 확대라는 상징적 의미를 넘어, ‘장애인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과 제도 개선의 실질적 동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장애계의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국회에 입성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이들의 의정활동은 그 상징성에 비해 실질적 성과는 부족하다는 비판적 평가에 직면해 있다.
■ 많은 입법안에 비해 지나치게 초라한 통과율
지난 1년 동안 이들 3인의 국회의원들은 각기 다른 정치적 아젠다에 집중했다. 서미화 의원은 대표발의 법안 57건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초선답게 활발한 입법 활동을 벌여왔다. 김예지 의원은 재선답게 86건의 법안을 발의했고, 장애예술인의 권리와 지원 및 건강권 확대에 집중했다. 최보윤 의원도 80건의 법안을 제출하며 장애시민 평등정책과 보조기기 접근권을 주요 의제로 삼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적지 않은 성과처럼 보이지만, 이들 법률안 중 실제 국회를 통과한 사례는 극히 드물었는데, 지난 2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김예지 의원의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전환 지원법」이 유일할 뿐, 대부분 발의된 법률안은 상임위 계류 상태이거나 실질적 심사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일하게 제정법이 통과된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전환 지원법」 조차 ‘탈시설’을 위한 정책적 반영이라기보다는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시범사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장애시민들의 자립 환경과 조건에 법적 명분을 두는 등 정책의 방향성에서는 의미있는 법률이라는 평가도 있다.
결국 3인의 국회의원들의 1년 동안의 입법 활동은 발의안은 양은 많지만, 국회 통과를 위한 전략 측면에서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회의적인 평가가 오히려 많다. 예를 들어, 김예지 의원이 제22대 국회 첫 번째로 발의했던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장애계의 오랜 숙원이자 핵심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여야 협의나 사회적 공감대 형성 노력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왔으며, 장애예술 관련 입법 역시 문화예술계 일부에 국한된 의제라는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최보윤 의원의 「장애평등정책법안」은 기존 제도와의 중복 문제나 실행 가능성 부족으로 인해 정책 실현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국회 통과의 어려움은 단순히 정치 지형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입법 이후의 전략, 다른 정당 의원들과의 협업, 공청회나 시민사회와의 연계 등을 통한 공론화 과정이 부족했기 때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계 내부에서도 “발의 법안이 많다고 정책이 된 것은 아니다”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발의된 법안이 얼마나 실질적인 장애시민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는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 예산 반영도 불투명…정치적 설득력 ‘글쎄’
의정활동에서 또 하나 짚어야 할 부분은 예산 반영 실적이다. 서미화 의원은 탈시설 및 주거권 관련 예산을 일부 증액시키는 성과를 보였지만, 해당 예산의 지역사회 이행 여부나 실질적 집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예지 의원은 수어 통역 등 장애예술 관련 예산에서 일부 증액을 이끌어냈으나, 전체 복지예산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최보윤 의원은 보조기기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제안했지만, 구체적인 예산 반영 성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발언 횟수 역시 수치상으로는 매우 활발했다. 서미화 의원은 1년간 45회 이상, 김예지 의원은 38회, 최보윤 의원은 30회 정도의 본회의 및 상임위 발언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 내용의 상당수는 법안 설명이나 정부 질의에 머물렀고, 굵직한 장애계 현안에 대한 구조적 비판이나 대안 제시는 적었다. 이동권 시위, 탈시설 로드맵 유보, 활동지원제도 개편 등 중대한 이슈에 대해 이들이 선도적으로 목소리를 낸 사례는 드물었다는 얘기다.
특히 서미화 의원의 경우, 장애운동 출신이라는 배경에도 불구하고 현장 대응보다는 국회 내 활동에 머무르면서 장애당사자 정치에 대한 기대와 현실의 간극을 더욱 크게 했다. 김예지 의원은 장애예술이라는 특화된 영역에 집중하면서, 다양한 장애유형별 정책 요구를 포괄하지 못했다는 평가 역시 타당하다. 최보윤 의원 또한 신인답게 「장애평등정책법안」 등 참신한 의제를 제시했지만, 정치적 설득력과 영향력에서는 아직 미흡했다.
■ ‘상징정치’ 벗어나 정치역량 키워야
장애당사자 정치의 목적은 단순한 대표성 확보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장애시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정책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중책을 맡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는 현장의 요구를 국회로 연결하고, 제도적 장벽을 제거하며,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내는 정치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간의 활동을 돌아보면, 이들은 법률안 발의자 이상의 정치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구체적인 정책이나 실질적인 장애 정책의 성과보다는 ‘장애’라는 이미지나 주장 등을 통해 대중의 감정을 자극하고 지지를 얻으려는 ‘상징정치(Symbolic Politics)’의 한계에 갇힌 정치적 행보를 이어왔다는 의미다.
장애시민이 국회에 입성해 장애 관련 입법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한 성과이며 진일보한 정치적 환경이다. 하지만 이들이 국회에 입성하기 위한 토대는 장애시민들의 지지와 각 정당을 향해 끊임없이 요구했던 결과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정치란, 그 자리에 누가 있는가보다 그 자리에 있는 이가 무엇을 해내는가로 평가받아야 하며, 궁극적으로 권력과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다. 장애당사자 정치가 각 정당의 ‘들러리’로 비례대표가 되어 ‘장애’를 소수자의 ‘상징’으로만 이용될 소지가 엿보인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남은 임기 3년, 장애당사자 정치가 ‘장애’라는 ‘상징’을 넘어 정치적 역량을 통한 실질적인 정책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치열한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
[더인디고 THE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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