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언제 뜰까? 학교 가야 하는데.”
‘허사장 통닭’집 외아들 동구는 초등학교 4학년. 학교를 너무 좋아해서 새벽에 눈을 떠도 해가떴는지부터 확인하는 아이다. 수업시간에는 다른 친구 흉내내느라 정신이 없지만, 선생님한테 혼나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학교에 있는 것 자체가 즐겁다.
무엇보다 동구가 가장 좋아하는 건 점심시간이다. 종이 울리면 주전자를 들고 누구보다 빠르게 복도를 질주한다. 다른 반 아이들은 동구의 뒤를 따라 길게 줄을 선다. 물을 퍼오고, 친구들에게 물을 따라주는 일. 동구는 이 역할이 무척 자랑스럽다. 반 친구들은 “야, 주전자!”라고 불러도 동구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웃는다. 늘 웃는다.
짝꿍은 공부는 잘하지만 체육시간에는 늘 빠지는 약한 몸을 가진 아이. 동구는 그 짝이 참 좋다. 짝은 가끔 짜증을 낸다. “따라오지 마! 뭐가 좋다고 맨날 웃어?” 하면서 성을 내도, 동구는 짝을 따라 부르며 또 웃는다. 어딘가 못 미더운 듯 보이지만, 결코 미워하지 않는다.
어느 날, 주전자 물을 마시려던 아이가 비명을 지른다. 주전자 안에 개구리가 개구리 헤엄을 치고 있었다. 교실은 아수라장이 되고, 선생님은 동구를 나무란다. 동구는 아무 말 없이 히히 웃는다.
하지만 그 일을 벌인 건 동구가 아니다. 짝이다. 반 아이들이 동구를 놀리는 모습이 보기 싫어서, 동구가 너무 해맑게 웃는 것이 못마땅해서. 짝의 복잡한 감정은 개구리 한 마리로 표출됐다.
결국 동구의 아빠는 학교에 불려와 무릎을 꿇는다. 교장은 특수학교 전학을 권유한다. “애가 특수하지도 않은데 왜 전학을 가야 합니까? 이 학교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아버지는 절박했지만, 동구는 변함없이 환하게 웃는다.
그 다음 날, 동구가 교실에 도착했을 때, 주전자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냉온수기가 놓여 있다. 다른 반도 마찬가지다. 갑작스레 ‘일자리’를 잃은 동구는 그날 하루 내내 입을 꾹 다문 채 책상에 앉아 있었다.
모두가 돌아간 오후, 동구는 냉온수기를 째려봤다. 내 할 일을 빼앗아 간. 얄미운 녀석. 동구는 그 냉온수기와 ‘몸싸움’을 벌인다. 쓰러진 냉온수기에서 물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놀란 동구는 급히 집으로 돌아가 아빠에게 말한다.
“아빠… 나 싸웠어. 걔 피나…”
음악시간, 아이들이 피리를 부는 동안 동구는 피리의 구멍 난 하단부로 운동장을 바라본다. 그때 운동장 한가운데 놓인 주전자 하나를 발견한다. 유레카!
야구부다. 야구부는 여전히 주전자로 물을 떠다 마신다. 동구는 야구부. 단원 중 끙끙 대며 주전자를 들고 가는 물 당번을 졸졸 따라다니며 묻는다.
“주전자 좋아?”
그날 야구부 당번이 전학을 간다. 대회를 앞두고 인원 부족에 시달리던 감독은 동구에게 입단을 제안한다. "오케바리?"묻는 감독님에게 물론 동구는 "오케바리". 아빠는 야구복 부터 사러 가자고.
그날 이후 야구부의 물 걱정은 줄었지만, 감독의 고민은 시작됐다. 동구를 어떻게 야구선수로 만들지.
그래도 감독에게 한마디 귀띔하고 싶다. “감독님, 동구 달리기는 정말 빨라요.”
영화〈달려라 동구〉는 발달장애를 가진 한 아이를 중심에 두고 있지만, 단지 ‘장애’를 이야기하는 영화는 아니다. 동구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착하며, 누구도 미워할 줄 모른다. 모든 것을 좋아한다.
심장이 약해 달리기를 못하는 짝꿍 몫까지 뛰는 아이. 동구는 말로는 표현은 다 못하지만 마음으로는 안다. 친구를 아낄줄도 안다. 그런 동구가 ‘왜 학교에 다니면 안 되는지’ 영화는 되묻는다.
사람은 비교 속에서만 우열이 나뉜다. 비교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냥 ‘우리’일 뿐이다. 꽃도 섞여 피어야 아름답고, 나무도 어우러져야 숲이 된다. 사회도 그와 우리가 함께여야 건강하다.
한 줄로만 세우는 것, 단일한 기준만으로 선을 긋는 집단은 위험하다. ‘다르다’는 이유로 물러서라고 말하는 순간, 그 사회는 누구에게도 안전하지 않다. 학교에서 일등하는 아이가 꼭 동구보다 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가 동굴 벽화를 그렸던 구석기인보다 특별히 더 나은 존재가 아닐 수도 있듯이.
지금 여기, 모두가 각자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며 서로 응원해주는 세상. 그건 꿈에서만 가능한 걸까?
영화 "날아라 허동구"
2007년 개봉. 대한만국 영화
감독: 박규태
주연: 허동구- 최우혁
아빠- 정진영
영화보기 : 티빙. 웨이브.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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