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이복남 객원기자】JTBC 토일드라마 ‘에스콰이어’ (극본 박미현/연출 김재홍) 원래 제목은 ‘에스콰이어 : 변호사를 꿈꾸는 변호사들’이다.
기획의도는 “정의롭고 당차지만 사회생활에 서툰 신입 변호사 효민이 온 세상에 냉기를 뿜어대지만 실력만큼은 최고인 파트너 변호사 석훈을 통해 완전한 변호사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라고 한다.
‘에스콰이어’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61년에 설립된 구두 브랜드가 에스콰이어다. 그 후에 잡지 등 여러 가지가 나오기도 했지만.
그런데 영국에서 에스콰이어(Esquire)는 신분 호칭의 하나로 기사(나이트, Knight)와 신사(젠틀맨, Gentleman) 사이에 있는 계급이라고 한다.
이러한 관습으로 미국에서는 변호사 뒤에 Esq를 붙인다고 한다. 드라마에서도 제대로 된 변호사 즉 에스콰이어(Esquire)가 되라는 의미인가.
아무튼 드라마 ‘에스콰이어’는 변호사들 이야기다. 윤석훈(이진욱 분)은 율림 송무팀 파트너 변호사다. 송무(訟務)란 소송(訴訟) 플러스 업무(業務)로 소송과 관련된 모든 실무를 총괄하는 핵심부서다. 율림에는 송무팀 외에 금융팀 기업팀 등이 있다.
송무팀에는 어쏘 변호사 이진우(이학주 분)가 있고 강효민(정채연 분)이 신입 변호사로 들어왔다. 윤석훈의 송무팀에서는 불임 가능성을 우려해 병원에 보관해뒀던 냉동정자가 훼손된 박기범(이해운 분)의 사건을 맡았다.
윤석훈은 어쏘 변호사 이진우에게 박기범이 호선병원에서 난동을 부린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이진우 변호사는 오늘 박기범이 와서 그 이유를 설명한다고 했는데 약속된 시간에 박기범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 시간 박기범은 호선병원에서 기물 파손 혐의로 구속되어 있었다. 윤석훈 이진우 강효민은 경찰서로 박기범을 만나러 갔다. 박기범은 아무도 내 사건은 맡으려 하지 않는데 율림이라고 별수 있겠나며 볼멘소리를 했다.
다른 변호사들이 줄줄이 변론을 포기했던 까다로운 사건을 윤석훈이 자진해서 맡는다고 했다. 다른 로펌에서 박기범 사건을 맡으려고 하지 않음은 질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윤석훈은 박기범 사건을 자진해서 맡겠다고 한 것은. “우리는 링 안에서 싸우다가 안 되면 링 밖에서도 싸웁니다.” 그 말에 박기범도 한 가닥 희망을 가졌다.
그런데 박기범은 강효민을 보자 여자 변호사에게 말하기를 꺼려해서 강효민이 자기는 빠지겠다고 했다. 사무실에 들어와서 사건파일을 훑어보던 강효민이 급하게 윤석훈을 찾았다. “찾았어요. 한 방.” 윤석훈은 한 방에 날릴 수도 있다고 했던 것이다.
강효민이 찾았다는 한방이란 무엇일까. 강효민은 박기범을 인터뷰했다. 박기범은 여전히 여자 강효민을 껄끄러워했다. 강효민이 박기범에게 말했다.
대학에서 성범죄에 대해서 강의를 하던 교수님이 첫날 강의에 페니스 버자이너 구강섹스 항문섹스 등을 말씀하시면서 이런 단어에 감정을 섞거나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하셨다. 이건 사건을 묘사하기 위한 명사일 뿐이라고.
그제야 박기범도 강효민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박기범이 할 이야기에는 불임 정자 고환암 등 성에 관련 된 이야기라 여자 변호사에게 말하기를 꺼려했던 것이다.
호선병원에서는 기물파손 비용이 4억이라고 했다. 윤석훈 변호사는 박기범이 받아야 할 돈이 5억이므로 호선병원에서는 오히려 1억을 더 내놔야 한다고 했다. 4억을 받아야 된다는 호선병원 측과 5억을 지불하라는 박기범 측이 법정에서 만났다.
박기범 측의 윤석훈 변호사는 당당했다. “한사람의 삶의 희망을 앗아간 손해. 부모가 될 기회를 앗아간 손해. 그 손해의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면 5억이 충분할까요?”
피고가 주장하는 5억원이 그들이 입은 손해에 견주어 볼 때 아직도 큰 금액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박기범 부부의 안타까운 사연과 윤석훈의 열변에 법정은 숙연해졌다.
박기범은 결혼식을 앞두고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아름다운 신부를 맞이할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신부에게 교통사고가 났다. 차에서 불이 났고 신부가 목숨은 구했지만 얼굴 등 전신에 화상을 입었다.
신랑 박기범은 겨우 신부를 달래서 결혼식을 하기로 했으나 신부가 결혼을 거부했다. 화상 입은 얼굴로 웨딩드레스를 안 입겠다고 했던 것이다.
그러다 신부가 마음이 돌아선 것은 어린 조카들을 보면서 자기도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희망에 결혼을 승낙했다. 신부는 아이들을 좋아했던 것이다.
그러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신랑 박기범에게 고환암이 발생했다. 박기범은 다시 한 번 절망했으나 의사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고환암 수술을 하기 전에 정자은행에 정자를 맡겼다가 나중에 아이를 가지면 된다고 했다.
박기범은 우리나라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호선병원 난임클리닉에 정자를 맡기고 고환암 수술을 했다. 그리고 이제 박기범이 맡긴 냉동정자를 찾으러 갔더니, 박기범이 맡긴 정자가 멸실되어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
이에 박기범은 제정신이 아니어서 병원기물을 닥치는 대로 때려 부수었다. 박기범은 병원 측에 책임을 묻고 싶은데 병원 측에서는 오히려 기물 파손 죄를 물어 박기범에게 배상을 요구했다.
박기범과의 면담 내용을 집요하게 파고들던 강효민은 그의 말속에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한방의 키를 찾아냈다. 강효민이 발견한 결정적 수를 이용해 재판 준비를 마친 송무팀은 당당히 법정에 나가 5억 원의 배상을 주장했다.
박기범 측에서 5억을 요구하자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에 병원 측은 강하게 반발했지만, 윤석훈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특히 사랑의 결실이 간절했던 부부의 사연이 밝혀지면서 재판장에 있던 모든 방청객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화상으로 삶의 의지를 잃은 아내가 아이를 보며 삶의 의지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는 남편 박기범의 애틋한 사랑은 모두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의료단지 건설을 앞두고 있던 호선병원이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기에 윤석훈은 소송 내용을 기자에게 흘렸고 이를 취재하기 위해 기자가 법정에 출석하면서 병원 측을 더욱 압박했다.
이에 병원 측은 먼저 합의를 하자며 꼬리를 내렸고 윤석훈은 이때를 틈타 의뢰인이 요청한 배상 요건을 관철시켰다.
윤석훈이 “소송은 승패와 상관없이 덜 다치는 사람이 이기는 거다.”라고 했다. 윤석훈의 승부수에 제대로 걸린 병원 측은 소송을 취하하며 박기범이 원하는 조건으로 합의를 하겠다고 했다.
박기범이 소송에서는 이겼지만, 멸실된 정자를 다시 되살릴 수는 없지 않은가, 박기범의 아내는 이제 누구의 정자로 아이를 임신할 수 있을까.
강효민은 로스쿨에서 수석으로 졸업했다. 아버지 강일찬(조승연 분)은 부장판사였고 어머니 최은희(윤유선 분)는 로스쿨 교수였다. 강효민의 남자친구 한성찬(강상준 분)은 리앤서의 파트너 변호사였다.
한성찬은 여자 친구 강효민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강효민의 아버지가 부장판사이고 어머니가 로스쿨 교수라는 것을 자랑했다. 완벽하고 우월한 유전자라고.
강효민 : “사실 난 쌍둥이였어. 언니가 있는데 청각장애인이야. 둘이 똑같이 생겨서 부모님이 알아보기 힘들었나 봐, 그래서 언니는 머리를 길렀어.”
이모도 청각장애인이라 부모님은 언니를 이모에게 입양시키기로 했다. 언니는 이모가 키우는 게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강효민이 그 사실을 알고는 언니의 머리를 잘랐다. 그러면 부모님이 누군지 구분을 못해서 언니를 이모에게 안 보낼까 봐.
강효민이 하성찬과 결혼할 사이이므로 하성찬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았더니 하성찬은 강효민에게 당분간 시간을 좀 갖자고 하더니 그 사이에 다른 여자와 맞선을 본다고 했다.
강효민이 그 사실을 알고는 하성찬의 맞선 자리에 나갔다. 강효민은 사랑이라는 단어에도 저작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너 같은 사람이 함부로 사용할 수 없게, 얘는 개새끼니까.
강효민이 수어로 이야기 했다. 강효민이 수어를 한다는 것은 언니가 청각장애인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하성찬은 강효민의 언니가 청각장애인이라는 사실도 최근에야 알았는데 수어를 알 리가 없잖아.
강효민이 하성찬과 헤어져 사무실로 왔을 때 탕비실에서 윤석훈을 만났다.
강효민 : “변호사님은 그런 상황이면 어떠실 것 같아요?”
윤석훈 : “무슨 말씀이신지?”
강효민 : “박기범 씨 와이프”
윤석훈 : “내 여자가 얼굴이랑 몸 전체에 화상을 입으면 어떨 거 같냐고요?”
강효민 : “원래 사랑했던 모습이나 조건이 변하면 사랑도 변하니까”
윤석훈 :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나도 잘 몰라요.”
윤석훈 : “그러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외면하는 사람은 사랑이고 나발이고 그냥 의리 없는 새끼예요”
실제 우리 사회에는 원래 사랑했던 모습이나 조건이 변하면 사랑도 변하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더구나 그 변화가 장애인일 때는 말할 나위도 없다.
“박기범 씨 사건, 참 잘했어요.”
윤석훈은 마지막 말로 강효민을 위로했다.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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