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백민 기자】 생산성을 이유로 노동시장에서 배제돼 온 중증장애인이 일할 수 있도록 시행 되고 있는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이 지자체장의 의지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닌 제도적 근거를 기반으로 사업이 안정적이고 시행되기 위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반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기존 제도와의 중복 문제와 법률 제정의 실효성 등을 언급하며 다양한 논의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지원 특별법’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2024년 중증장애인 고용률 20%‥매우 열악한 고용 현실
중부대학교 김기룡 교수는 “중증장애인 고용 현실은 매우 열악하다. 2024년 하반기 기준 전체 장애인 고용률 34.5%인데 반해 중증장애인 고용률은 20%다. 이는 지난 10여 년간 정체된 수치로 경증장애인 38.5%와도 큰 격차를 보이는 수치다”라고 밝혔다.
이어 “장애인 고용에 관한 기존 법률은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과 장애인복지법 등이 있지만, 장애인고용촉진법은 시장 기반 매커니즘으로 생산성을 전재해 최중증장애인을 소외하고 장애인복지법의 장애인 일자리는 복지 서비스 제공에 머물러 노동권 실현과 거리가 있다. 결국 두 패러다임 사이에서 최중증장애인은 노동의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사회적 고립이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기룡 교수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은 중증장애인을 정책의 수혜 대상에서 권리의 주체 및 사회 변화의 주체로 격상시키는 혁신적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는 시각. 그리고 중증장애인을 권리 주체로 사회 주체로 인정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으로 인정함을 통해 장애인 사회 참여와 인간다운 삶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는 노동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UN 장애인권리협약을 실현하는 혁신적인 일자리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 직무와 활동으로는 정책 모니터링·차별 사례 조사·권익 상담 등 '권리옹호 활동'과 문화예술 창작·공연 및 전시·문화 다양성 증진 등 '문화 예술 활동', 장애 인식개선 강의·UN 장애인권리협약 홍보·인권 감수성 교육 등 '인식개선 교육' 등이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사업은 2020년 서울시에서 전국 최초로 시범사읍으로 도입했고 이후 2021년 경기도가 도 단위 사업을 도입한 데 이어 전국 12개 지방자치단체로 사업이 확산됐다”며 “이 사업은 일자리 사업이 가지는 장애인 참여자가 노동자로서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회복 등 기본적 기능 획득은 물론 중증장애인의 자존감과 사회 참여 역량을 높였다는 것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됐다”고 발표했다.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지원 특별법’ 제정 절실
김기룡 교수는 “하지만 이 사업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지자체에서 지자체장의 의지에 따라 정치적 프레임을 씌워 사업을 중단시켜 버리거나 재정의 부족 등 이유로 사업 확대를 꺼린다거나 하는 등 많은 한계가 발생했다. 또한 다른 관련 사업과 유사 중복이라고 하며 사업 확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에 이런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대두됐다.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하면 지자체장의 의지에 따라 사업의 존폐 위험성에 노출될 수 있고,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다보니 지속 가능한 일자리가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김기룡 교수는 “결국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을 지자체의 의지나 지자체 정책사업의 일환으로 할 것이 아니라 법·제도적 근거를 기반으로 전국 모든 지역에서 사업을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실시하기 위한 토대가 있다는 판단이 있어 2024년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지원 특별법 발의가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 검토 보고서까지 제출될 정도로 국회 안에서는 나름 논의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논의가 법 제정에 호의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또한 장애인고용촉진법,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기존의 장애인 고용 및 복지 관련 법과 충돌에 관한 의견도 있는데 이 특별법안은 기존 법제들과 긴밀히 연관되면서도 뚜렷한 차별성을 지닌다”고 덧붙였다.
권리중심·당사자주의에 입각한 접근, 공공부문이 주체가 되는 직접적 일자리 창출, 노동의 경제적 가치보다 사회적 가치에 주안점, 참여자에 대한 두터운 권리보호 장치, 법률로써 명시적인 협약 이행 의지 표명 등 기존 법률들과 차별화된 지점이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이 특별법안을 통해 중증장애인 당사자에게는 노동권 실현과 경제적 자립을 도모하고, 사회 구성원들은 장애인식이 개선돼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증진된다면 우리 사회가 포용사회로 발전하는 데 크게 기여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현재 시범사업 형태로 추진되고 있지만 제도적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확실한 모델을 구축하고 공공뿐 아니라 민간까지 전체적으로 확대돼 중증장애인 노동권이 실현되고 우리 사회의 가치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접근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가와 중앙정부가 조금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누림 이정주 센터장은 “1990년대 장애인고용촉진법 제정은 실제적으로 너무 열악한 대한민국 상황에 장애인 소득 보장에 대해 지원할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하고 국가 재정이 부족해 고용을 통해서라도 일자리를 제공하고 소득 보장을 하자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다. 장애인 노동권과 인권이 확립하지 않을 때여서 일자리나 고용은 소득 보장의 대체적 효과였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이제는 대한민국 소득 보장도 어느 정도 제도화돼 가기 시작하고 일자리 문제에 있어서 의무고용제도는 안정돼 가고 있다. 또한 소득을 떠나 인간의 존엄성은 노동이며, 일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인간으로서의 권리라는 인식이 대두됐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장애인복지법이나 의무고용제도는 장애인 소득을 위한 최소한의 국가적 노력이었는데, 권리적·인간중심적 측면에서 본다면 생산성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장애인의 노동권은 당연히 지켜져야 하지 않느냐는 관점에서 충돌하는 것이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인 것 같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헌법은 모든 국민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명시하며 노동에 대한 의무와 권리를 동시에 정하고 있는데 소득의 개념보다는 모든 인간이 일할 수 있는 권리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합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지원 특별법은 한참 발전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을 위한 제도로 봤을 때 좀 더 앞선 제도가 아니라는 생각이 있어 국가와 중앙정부가 조금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고 있다”고 제안했다.
복지부, “기존 제도와 중복 문제 및 법률 제정의 실효성 등 신중히 검토해야”
보건복지부 장애인자립기반과 김민정 과장은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지원 특별법안은 중증장애인 사회 참여와 노동권 보장을 위해 발의된 법안으로 그 취지에 공감한다. 장애인의 노동권 보장은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 사회 참여 및 자립의 중요한 열쇠이고, 특히나 노동시장 접근이 취약한 심한 장애인의 경우 맞춤형 일자리는 더욱 절실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에 정부는 일반 고용 시장에서 취업이 어려운 미취업 장애인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해 사회 참여와 더불어 소득 보장을 지원하기 위해 2007년부터 장애인 일자리를 시작했다. 특히 고령장애인, 심한 장애인 등 장시간 근로가 어려운 분들을 고려해 문화 예술 인식개선 교육 보조강사,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 개도 등 다양한 복지형 직무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정 과장은 “오늘 토론 주제인 특별법안은 몇 가지 측면에서 다양한 논의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특정 활동을 법에 한정해서 명시하는 것은 사업 근거를 법에 두고 사업 근거를 법에 두고 구체적 직무나 활동 지침을 통해 운영하고 잇는 기존 사업 체계와 차이가 있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사회적 환경적 흐름에 탄력적으로 적응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밝혔다.
이어 “또한 발제자가 발표한 문화예술 인식 개선, 권리옹호 직무는 앞서 말씀드린 문화예술 인식개선 보조강사, 장애인 전용 주차 개도 등 현재 운영 중인 복지 일자리와 유사한 직무 내용이기 때문에 별도의 법률로 제정할 실익이 있는지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관련 부처 및 장애인 단체의 의견도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올해 4월 새 정부가 시작됐고 새 정부의 공약인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확대에 맞춰 2026년도에도 장애인 일자리가 계속 확대될 예정이다. 공약에 맞춰 내년에 늘어날 복지형 일자리는 중증장애인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더 많은 중증장애인이 사회에 참여하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하며 정부도 계속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고용노동부, “중증장애인 일자리 확대 공감, 정부 역할 규정은 어려운 문제”
고용노동부 장애인고용과 박미진 사무관은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특별법에 대해서는 저희 과에서 업무하면서 심도 있게 논의하거나 검토하지 못했는데 오늘 자세한 내용을 알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중증장애인 사회 참여를 많이 하고 자립하고 일자리가 확대돼야 한다라는 것에 대해서는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인데 ‘이를 위해 정부가 얼마나,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는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발제자께서 노동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정말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고용노동부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노동과는 조금 차이가 있는게 분명하다. 맞다, 틀리다를 떠나 차이나 다른 점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발제자가 ‘괜찮은 일자리’를 모델로 한다고 말했는데 공감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고용노동부가 하고 있는 여러 사업도 결국 건강하게 오래 일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그래서 토론회의 내용을 신중히 검토하고 앞으로도 정책이 됐든, 예산이 됐든 어떻게 반영할 수 있고,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을 더 열심히 해보겠다”고 전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