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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돌봄, ‘통합’만 있고 ‘주체’는 없는가? [논평]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10월 28일)
장사연 조회수:157 125.131.193.163
2025-10-28 14:12:49

                    통합돌봄, ‘통합’만 있고 ‘주체’는 없는가?

                       [논평]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10월 28일)

최근 정부가 내세우는 ‘통합돌봄’ 정책은 겉으로는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포용적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의료, 요양, 복지, 주거, 돌봄을 연계하여 누구나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 자체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돌봄의 중심에는 ‘서비스 공급자’가 있고, ‘서비스를 받는 사람’은 수동적 존재로 머물러 있다. 장애인 당사자의 삶과 선택, 통제권이 실제 정책의 구조 안에서 얼마나 반영되고 있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현 정부의 통합돌봄은 주로 행정 효율성과 예산 절감의 논리로 설계되고 있다. 복잡한 복지서비스를 하나의 체계로 묶어 ‘효율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접근은 행정 편의주의의 연장선이다. 그러나 사람의 삶은 효율로만 환원될 수 없다. 특히 장애인의 삶은 획일적 돌봄이 아닌, 개별적 욕구와 상황을 중심으로 한 당사자가 권리주체로서 접근이 전제되어야 한다. 통합이 곧 표준화로 흐를 때, 그것은 돌봄의 질이 아니라 다양성의 소멸을 의미한다.

장애인 통합돌봄이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누가 결정권을 가지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금의 통합돌봄 모델은 행정이 중심이 되어 “무엇이 필요한가?”를 정의하고, 공공기관이 “어떻게 제공할지”를 설계한다. 하지만 장애인은 그 체계 안에서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지 못한다. 이는 사람중심실천이 강조하는 ‘당사자의 선택과 통제’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통합돌봄이 ‘서비스의 통합’을 넘어 ‘삶의 통합’을 지향하려면, 정책의 출발점을 행정이 아닌 당사자의 이야기와 계획(ILP: Individual Life Plan)에서 찾아야 한다.

또한 현재 추진되는 통합돌봄은 고령층 중심의 돌봄 모델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 장애인의 생애주기별 욕구나 사회참여 지원, 자립생활 지원과 같은 내용은 여전히 부차적으로 다루어진다. 장애인을 ‘돌봄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인식이 지속되는 한, 통합돌봄은 또 다른 형태의 비자립적 관리체계에 불과하다.

당사자 관점의 핵심은 ‘함께 계획하고, 함께 결정하는 과정’이다. 정부는 통합돌봄을 설계할 때 행정의 언어가 아닌 삶의 언어로, 효율의 기준이 아닌 관계와 존중의 기준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역사회의 다양한 주체—장애인, 가족, 활동지원사, 지역기관—이 대등하게 협력하는 구조 없이는 진정한 통합은 불가능하다.

결국, 통합돌봄의 성공 여부는 서비스의 양이 아니라 주체성의 밀도에 달려 있다. 돌봄이 ‘관리’가 아니라 ‘삶의 설계’로 전환될 때, 우리는 비로소 당사자가 권리주체가 되는 복지국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2025년 10월 28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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