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통합돌봄 예산안은 법 시행 첫해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반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가 동일한 조건에서 통합돌봄을 수행하기에는 예산 규모와 배분 방식이 미흡하고, 지원 기준은 고령화율, 재정자립도 등에 편중되어 장애인 집단의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인력체계와 국고 보조율 등 제도 운영의 필수 기반 또한 취약해 통합돌봄이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해소하지 않는다면, 제도의 취지는 시행 첫해부터 제대로 실현되기 어렵다.
첫째, 예산 규모와 배분 구조가 통합돌봄 전국 시행에 부합하지 않는다. 국비 777억 원은 전국 229개 지자체가 통합돌봄 체계를 구축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관련 시범사업에서는 국고 기준 노인 돌봄 5.4억 원, 장애인 돌봄 3.6억 원이 투입되어 왔다. 내년부터는 노인과 장애인을 모두 포함해 통합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만큼, 시범사업의 검증된 단가를 기준으로 하면 지자체당 국고 약 9억 원이 필요하다. 이를 대략적인 집행 기간 9개월 기준으로 환산해 229개 지자체 전체 소요액을 계산하면 총 1,545.75억 원이 되며, 현재 예산(777억 원) 대비 약 768.75억 원의 증액이 필요한 수준이다. 이러한 증액은 새로운 요구가 아니라, 법 시행 첫해 제도 안착을 위한 기본적 전제다.
그럼에도 정부는 재정자립도 상위 20%에 해당하는 46개 지자체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돌봄의 필요성은 지자체의 재정력과 무관하며, 법이 보장한 통합돌봄의 권리 역시 지역 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없다. 지원 배분 기준 역시 재정자립도, 고령화율, 의료취약지역 여부 중심으로 설계되어 장애인 규모나 서비스 필요도는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노인·장애인 인구가 많은 지역이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반대로 규모가 작은 지역이 더 많은 국고를 배정받는 역진적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직전 정부에서는 장애인 통합돌봄을 별도로 시범 운영하지 않아, 기준설계를 뒷받침할 자료는 문재인 정부 시기의 장애인 등을 위한 융합형 사업을 수행한 지역 자료(전북 전주시, 광주 서구 등)에 제한된다. 장애인은 법률에서 통합돌봄의 명시적 대상으로 규정된 만큼, 이러한 실증자료를 토대로 한 기본적 예산 배정은 필수적이다.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을 경우 제도의 첫해부터 우려와 혼란이 불가피하다.
둘째, 인력 기반과 국고 보조율이 미흡해 현장에서 제도를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 통합돌봄은 지역 차원의 연계·조정·사례관리 체계를 통해 작동하는 제도이며,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인력 배치가 핵심적이다. 그러나 정부안은 183개 지자체에 2,400명의 인건비만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국 읍면동에서 사례관리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최소 3,250명 수준의 전문인력이 필요하며, 이는 돌봄의 연속성과 품질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기준인건비의 현실화와 지방교부세 반영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지자체는 안정적 인력 운영이 어렵다.
국고 보조율 또한 법 시행 첫해의 제도 안착을 뒷받침하기에는 미흡하다. 현재 가내시된 서울 30%, 지방 50% 수준의 국고 보조율은 기존 사회복지사업보다도 낮아 지자체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제도 참여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 통합돌봄이 국가의 책무로 규정된 제도임을 고려하면, 서울 50%, 지방 70% 수준으로의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 예산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나 동일한 수준의 통합돌봄을 보장하기 위한 구조적 기반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법률 제정과 하위법령 마련 과정에서 TF 운영, 정부 의견서 제출, 정책토론회 공동주최 등을 통해 장애인의 특성과 기존 복지체계의 연계 등 개선사항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우리는 법의 취지가 현장에서 구현되기 위해서는 예산, 인력체계 등 제도적 기반을 함께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다. 정부는 법 시행 첫해부터 포용적 돌봄의 원칙을 명확히 세우고, 예산과 인력, 정책 구조 전반을 조정하여 전국 모든 지자체가 동일한 조건에서 통합돌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방향 속에서만 「돌봄통합지원법」이 국민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지역 돌봄체계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2025. 11. 7.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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