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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이금자, ‘소리는 축복이다’ 그녀의 삶과 말
장사연 조회수:151 125.131.193.163
2025-12-02 14:26:07

         청각장애인 이금자, ‘소리는 축복이다’ 그녀의 삶과 말

‘소리는 축복이다’(세상 속에서 깨닫는 인생 철학, 이금자 저) 표지. ©서인환
‘소리는 축복이다’(세상 속에서 깨닫는 인생 철학, 이금자 저) 표지. ©서인환

【에이블뉴스 서인환 칼럼니스트】 청각장애인이 쓴 책은 그리 많지 않다. 어렵게 구한 책이 청각장애인 퀼트 작가 이금자가 쓴 ‘소리는 축복이다’(세상 속에서 깨닫는 인생 철학)인데, 이 책이 세상에 나온 지 3년이 되었다. 그러나 별로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출판사 이름을 빌려 출판한 것인데, 자가출판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금자는 퀼트 작가다. 퀼트(Qulit)는 기본적인 의미로는 누벼서 만든 이불이나 보자기란 뜻이지만, 공예예술로서는 천을 잘라 붙이고(패치워크) 그 위에 무늬를 따라 바느질(퀼팅)해 만든 공예 작품을 말한다. 머신 퀼트가 있고 핸드 퀼티가 있다.

청각장애인으로서는 불모지인 퀼트 예술에 도전한 이야기를 논하기 전에 작가부터 알아보자. 이금자는 늘솜퀼트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2005년 윤 퀼트 수강을 시작으로 퀼트에 발을 담근 지 4년 만에 서울국제퀼트 콘테스트 105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프랑스, 중국, 인도네시아, 프랑스, 일본 등 세계 콘테스트에 출품하여 다양한 수상을 통해 국위를 선양하고, 작가로서 인정을 받고 있다. 인터넷 퀼트 소품 쇼핑몰에서 그녀의 작품을 흔하게 접할 수 있다. 지난 2024년과 2025년에는 프랑스 아방가르드 국제 콘테스트에서 연이어 입선하며 국제무대에서도 중견작가로 자리잡고 있다.

‘소리는 축복이다’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이금자는 소리에 대해 아야기한다. 소리는 축복인데, 듣는 사람은 그 소중함을 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리를 잃어버린 사람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것임을 절감하는 소리를 사람들은 소리(말)로 상처를 주고 산다는 것이다. 감사를 모른다는 것이다.

이금자는 1962년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났다. 9살에 감기인 줄 알았던 열병이 뇌수막염이었다. 고열로 인해 청신경이 손상되어 버린 것이다. 그때부터 세상의 모든 소리는 죽어버렸다. 친구가 벙어리라고 했다. 벙어리는 한자로 봉인이다. 입을 봉한 사람, 즉 농인을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비하 발언이었고 아직 장애를 수용하지 못한 입장에서는 더욱 큰 상처였다.

친구들이 다가와 때려도 소리를 듣지 못해 미리 알지 못했고, 선생님이 소리를 못 들으니 숙제도 검사하지 않고 청소도 시키지 않자 친구들로부터 왕따가 되었고, 시기로 인한 집단 폭행도 당했다. 사람들은 소리를 잃으면 백치 아다다와 같이 백치(지적장애) 취급을 했다.

소리를 듣지 못하니 점점 발음이 불명확해져 갔다. 소리를 듣지 못하니 책을 읽는 것을 열심히 하며 스스로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 남동생은 글 읽기에서 소리 나는 대로 발음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깨입’으로 발음하던 것을, ‘깬닙’으로, ‘의사’라고 발음하던 것을 ‘의자’로 가르쳐 주었다.

구화는 받침을 잘 알아듣지 못해 문맥상 유추해서 이해한다. 자신의 소리를 듣지 못해 발음의 정확도가 희미해질까 봐 60살이 넘은 지금도 볼펜을 입에 물고 책을 읽으며, 서점에서 발음에 관한 책을 사서 공부하고 있다. 중학교 1학년에 가족은 서울로 이사를 했다. 학교에 보내어도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고 아이들에게서 상처만 받을까 봐 부모님은 전학을 시켜 주지 않았다. 그녀는 어두운 터널 속에서 혼자 공부해야 했다.

21살이 되어 평생 집에만 있을 수 없어서 다른 세상을 찾아 헤매었다. 이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었다. 수녀님의 도움으로 성당을 가게 되었고, 레지나란 세례명도 얻었다.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1기생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컴퓨터반에서는 받아주지 않았다.

사람들은 결혼을 로또복권이라고 말한다. 서로 맞추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연애는 꿈이지만 결혼은 현실이다. 25세에 결혼을 했는데, 남편은 해군을 제대하고 직장에서 교통사고를 입어 지체장애인이 된 사람이다.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만났는데, 장애는 이겨내야 당당하게 살 수 있다고 말해주는 등 용기를 주었다. 결혼 후 6개월이 된 시기에 남편은 위암 판정을 받았다. 수술 후 항암치료를 2년 간 하였고, 5년이 지나 완쾌 판정을 받았다.

결혼 후 광주로 내려가 남편은 도장과 인쇄업을 했다. 그리고 수어를 배워 성당에서 미사 통역 일도 했다. 그런 남편과 자주 말다툼이 생겼고 급기야 남편은 집기를 부수는 폭력을 쓰기까지 했다. 되찾은 건강을 조심해야 한다는 아내의 의견, 건강에 대한 자만과 많은 사람들을 집으로 데려와 관계를 넓혀가는 남편과 의견 충돌이 잦았다. 심지어 며칠 간 가출을 할 정도였다. 그리고 남편은 아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들, 배움의 기회를 모두 반대했다.

마음을 내려놓고 순종의 길을 택하니 평화가 찾아왔다. 이런 남편은 늘 건강에 문제가 있었고, 완쾌 후 10년이 되자 다시 재발하여 2년간의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남편이 죽음을 앞두고 당당하게 살아달라, 미안했다고 한 말은 큰 삶의 위안이 되었다. 암이 재발하기 전 시장에서 생선을 사는데, 남편이 갑자기 가게주인에게 싸움을 걸었다. 영문도 모르게 남편을 말렸는데, 후에 알고 보니 소리를 못 듣는다고 가게주인이 반말로 무시하고 있던 것이었다. 아무리 다투어도 부부는 부부였다.

17년 간의 간병 생활은 정말 긴 터널이었다. 암이 완쾌되고 몇 년 후 친정어머니는 이혼을 권했다. 다 나았는데 무슨 이혼을 하느냐고 지나쳤지만 재발하고 나서 이혼을 하고 싶다고 말하자 친정어머니는 죽어가는 사람을 버리면 나중에 더 큰 상처로 남을 딸을 염려하여 이혼을 만류했다.

남편이 죽기 1년 전, 퀼트를 시작하면서 우울증은 사라졌다. 남편을 보내고 서울로 올라와 수어도 배우고 퀼트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스스로 터득한 구화를 하지만, 청각장애인들과 소통하려고 수어도 배웠다. 수어반에서 봉사활동을 위해 수어를 배우러 온 비장애인과 친해져 여행도 다니면서 정을 나눌 수 있었다.

존 캐더린 수녀님은 농인들을 돌보시며 미사와 함께 봉사자교육도 하셨는데, 그분이 롤모델이었다. 그 인연으로 작가는 그분이 계시는 요양원에도 정기적 봉사활동을 했다. 빌라에서 세 들어 살지만 반려견과 반려묘가 있고, 정원예술가 친구가 가꾸어준 정원도 있어 지금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고 있다.

사람들은 ‘다르다’를 ‘틀리다’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이런 부정적 태도를 가진 사람들 속에서 장애인으로서 퀼트를 익혀 나가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우연히 방송을 통해 퀼트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세미나나 워크숍 하나 빠뜨리지 않았다. 퀼트 콘테스트에 참여하면서 작가는 사다리를 타고 높이 올라가자고 마음 먹었다. 그래서 나비 작가가 되었다. 자유와 변신, 아름다움과 강인함을 표현하고 싶었다. 나비는 날개가 나약해 보이지만 태풍에도 견디는 유연함을 가지고 있다.

들리지 않기에 만남은 늘 두려웠고, 알지 못하기에 늘 뒤처지기 십상이었다. 소리는 듣지 못해도 입 모양으로 알아들을 수 있는 신의 선물에 감사하며 끝없는 도전을 했다. 작가는 날고 싶다. 운명을 받아들이고 나의 세계를 만들어 내면서 나의 장애는 더 이상 아픔이 아니었다.

비장애인 작가 사회에서 당당하게 날고 싶다. 현재는 미국에서 개최되는 퀼트 콘테스트 작품을 구상 중이다. 대작을 준비하기에 업무지원인이 필요하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사람들 앞에 나서서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 역할도 해 보고 싶어한다.

이금자는 인터뷰에서 “저는 퀼트 작가로 홀로 배워 걸어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나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애를 가지고 걸어가는 길은 험난하고 힘들지만, 그 길을 인내하고 견딘 끝에 도착해서 보는 세계는 지금과는 다른 세계입니다. 아름답습니다. 나도, 세계도, 오늘이 힘들다고 멈추지 말고 꾸준히 걸어가시기를 응원합니다”라고 모든 사람들에게 용기의 말을 남겼다.

‘엄마의 바다’. 지구 온난화를 꼬집는 작품으로 2024년(이해의 콘테스트 주제는 ‘바다’였음) 프랑스 퀼트 콘테스트에서 입선작. ©이금자
‘엄마의 바다’. 지구 온난화를 꼬집는 작품으로 2024년(이해의 콘테스트 주제는 ‘바다’였음) 프랑스 퀼트 콘테스트에서 입선작. ©이금자
‘과거와 미래’. 2025 프랑스 아방가르드 국제 콘테스트 입선작. ©이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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