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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을 세운 것은 휠체어가 아니라, 한국의 뒤늦은 시민권이다
장사연 조회수:163 125.131.193.163
2025-12-05 14:22:44

          지하철을 세운 것은 휠체어가 아니라, 한국의 뒤늦은 시민권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9월 8일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외치며 매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포체투지 재개를 선언했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9월 8일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외치며 매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포체투지 재개를 선언했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에이블뉴스 김경식 칼럼니스트】최근 한 TV 종편 채널의 보도 프로그램에서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에 대해 비장애인의 ‘사회적 손실’을 언급하며 비판적인 논조로 오늘의 주요 이슈로 보도하였다.

출근길마다 반복된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는 한국 사회의 오래된 질문을 다시 던진다.

우리의 시민은 누구인가? 그리고 누구까지를 시민으로 인정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에게 이 문제는 단순히 “왜 하필 출근 시간에 시위하느냐”의 차원이지만, 장애인 당사자가 경험해 온 현실을 고려하면 이 사건은 훨씬 더 구조적인 차원을 가진다.

일부 대중 언론은 늘 비슷한 구조의 보도를 쏟아낸다.

“지하철 20분 지연”, “시민 불편 호소”, “승객들 분통”, “장애인 단체의 과격 시위”.

이 프레임 속에서 장애인의 이동은 그 자체가 문제가 되고, 장애인은 ‘타인의 시간을 훔치는 존재’로 묘사된다. 그러나 장애인 언론은 전혀 다른 현실을 보여준다.

장애인 전문 매체에서는 그동안 엘리베이터가 없는 환승역, 리프트의 지속적인 고장, 안내 인력 부족을 통해 이동권이 사실상 제한되어 왔음을 반복해서 지적해 왔다.

서울 강남역에서 휠체어 이용자가 단 한 개의 엘리베이터로 30분 이상 대기해야 했던 사례, 장애인 특별교통수단이 법정 기준에 미달하는 지역 현실 등은 이미 널리 확인된 사실이다. 장애인이 이동하기 위해 과도하게 긴 시간을 허비해 온 반면, 그 불편은 그동안 사회적으로 거의 인정되지 않았다.

또 다른 장애인 전문 매체에서는 장애인의 이동 경험을 시민권과 연결한다. 이동은 단순히 A에서 B로 가는 행위가 아니라, 교육받을 권리, 노동할 권리, 사회에 참여할 권리의 기반이라는 것이다.

한 장애인 활동가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하철을 막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더 이상 막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에는 지난 수십 년간 이동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삶의 절박함이 담겨 있다.

비장애인이 겪은 불편 역시 사실이다. 출근길의 10분, 20분 또는 1시간 이상의 지연은 일정과 업무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 불편이 일시적이고 예외적인 사건이라면, 장애인이 겪은 불편은 일상적이고 구조적인 현실이었다.

 문제는 이 차이를 우리가 지금까지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인식하지 않으려 했다는 점이다.

장애인의 시위는 시민을 공격하는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도 시민이다”라는 선언이며,“우리의 시간도 당신의 시간만큼 중요하다”는 요청이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시민으로 대우받은 시간은 비장애인의 것이었다. 장애인의 시간은 타인의 시간만큼 중요한 가치로 취급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장애인은 늘 기다려야만 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교통수단을 기다리고, 제도를 기다리고, 정책을 기다렸다. 그리고 이제 마침내, 사회가 기다리게 된 것이다.

전장연 시위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존재한다. 그러나 정작 비난해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는 분명하다. 비난은 장애인을 향할 것이 아니라, 그들을 수십 년 동안 기다리게 만든 사회 제도에 향해야 한다.

한국 사회는 이제 시민권의 범위를 재정립해야 한다. 장애인의 이동권을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 인프라의 필수 요소로 이해해야 한다. 이동은 혜택이 아니라 권리이며, 이는 ‘배려’가 아니라 ‘기본 구조’로 보장되어야 한다.

지하철을 멈춘 것은 휠체어가 아니었다. 멈춘 것은 한국 사회의 불완전한 시민권 개념이다. 그 개념을 이제 고쳐 써야 한다. 플랫폼 위에 서 있는 휠체어의 시선에서 다시 보기 시작할 때, 우리는 마침내 장애인이 아닌 모두의 시간을 공유하는 시민 사회에 가까워질 것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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