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장애계소식 정보&뉴스

정보&뉴스

정보&뉴스
게시글 검색
[기고] ‘무연고’와 ‘최중증’ 이름으로 다시 시설을 설계하려는가
장사연 조회수:145 125.131.193.163
2026-02-27 14:02:18

[기고] ‘무연고’와 ‘최중증’ 이름으로 다시 시설을 설계하려는가

By

 더인디고

 -

▲닫혀진 입구에 ‘최중증’ ‘무연고’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사진=챗지피티 이미지
▲닫혀진 입구에 ‘최중증’ ‘무연고’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사진=챗지피티 이미지

[더인디고=무필] 지난 2026년 2월 24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는 사단법인 한국카리타스협회와 주호영 국회부의장, 이준석 개혁신당 당대표, 김미애·강득구 국회의원 등이 공동 주최한 ‘무연고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생명권과 자기결정권 보장 강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 글은 현장 참여가 아닌 해당 토론회의 자료집 내용만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거주시설의 구조적 폭력이 드러나고 있는 현시점에 이러한 논의가 왜 위험한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색동원 사건의 그림자 속에서 시설을 다시 짓겠다는 것인가

최근 ‘색동원 사건’을 통해 거주시설이 가진 구조적 수용의 문제와 인권 유린의 실태가 다시 한번 만천하에 드러났다. 시설은 결코 안전한 ‘보호’의 공간이 아니며, 집단화된 관리 체계가 어떻게 개인의 존엄을 짓밟는지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병훈 신부의 발제문이 제안한 ‘장애인 요양법’과 ‘마을형 요양 거점’은 매우 부적절하고 위험해 보인다. 이는 결국 ‘의료’와 ‘요양’이라는 그럴듯한 외피를 두른 채, 실패한 시설 모델을 이름만 바꿔 영속화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탈시설을 말하면서 시설 요양을 법제화하는 모순

발제문에 등장하는 전문 간호 인력 상주, 집중 지원 공간, 야간 간호사 의무 배치 모델은 과연 지역사회 모델인가. 이것은 의료라는 명분으로 소규모화된 시설 모델일 뿐이다. 한국의 복지 행정은 늘 “위험하다”는 판단 앞에서 분리와 집단화를 선택해 왔다. 색동원 사건이 증명하듯, 폐쇄적인 구조 속에서의 ‘보호’는 언제든 ‘학대’와 ‘수용’으로 변질될 수 있다. 제안된 ‘장애인 요양 등급제’는 수용의 역사를 ‘요양’이라는 이름으로 계승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의사결정 지원인가공적 통제의 합리화인가

박인환 교수가 제안한 ‘공적 옹호인 제도’와 그들에게 부여되는 ‘서면 동의권’은 더욱 우려스럽다. 무연고자에게 조력자가 필요하다는 명분은 타당하나, 실질적으로는 국가가 당사자의 거취를 결정하는 통제의 도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색동원과 같은 시설 안에서 당사자의 의사가 묵살되었던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옹호인은 시설의 유지를 돕는 ‘동의권자’가 아니라 시설의 벽을 허무는 ‘권리 옹호자’여야 한다.

무연고와 최중증은 누구를 위한 분류인가

자료집은 탈시설 과정의 사망 사례를 근거로 이들을 별도의 전문 케어 대상으로 묶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분류는 최중증이 아닌 발달장애인은 지역사회로, 무연고 최중증발달장애인은 요양 시설로 분리하는 ‘차별적 격리’의 근거가 된다. 탈시설 정책 속에 ‘예외 집단’을 설정하는 순간, 국가는 제2의 색동원을 합리화할 명분을 얻게 된다. 그것이 가장 큰 위협이다.

결론국가 책임은 시설 재설계가 아닌 격리 철폐여야 한다

이번 토론회 자료집을 통해 드러난 구상들은 지극히 우려스럽다. 색동원 사건으로 거주시설의 구조적 한계가 명백해진 지금, 우리가 논의해야 할 것은 ‘더 나은 시설’이 아니라 ‘시설 없는 지역사회’다.
무연고이고 최중증이라는 이유로 평생 특정한 하이브리드 공간에 묶이는 삶을 제도화하는 것은 보호가 아니라 또 다른 이름의 격리다. 따라서 필자는 이번 토론회에서 제기된 ‘장애인 요양법’이나 ‘전문 요양 거점’과 같은 제도들이 시행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 국가 책임은 사람을 시설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그가 어디에 살든 최선의 1:1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인프라를 확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장애인을 다시 시설로 회귀시키고 수용을 정당화하는 이 위험한 설계는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

[더인디고 THE INDIGO]

SNS 공유

댓글[0]

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