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서인환 칼럼니스트] 우편제도는 개인보다는 국가의 정치적, 행정적 필요성에 의해 시작되었다. 기원전 6세기 다리우스 1세 때에 말과 역참을 이용한 빠른 전달을 위한 제도가 있었고, 로마 제국에서는 공식 우편망이 운영되었다. 중국에서는 진, 한나라 때에 공문서 전달 체계가 마련되었고, 잉카 제국의 차스키 제도는 도보 릴레이 제도로 통신망이 운영되었다.
신약성서에서 편지 문서가 성서로 인정되는 것은 종교전파 역시 우편제도의 도움이 컸다고 말할 수 있다. 올림픽 역시 전쟁 소식을 전하기 위해 달린 것에서 시작되었으니 우편제도가 올림픽을 탄생시켰다고 할 수 있다.
중세 때에 대학의 발전과 길드 제도의 정착, 종교의 연락망 등이 요구되어 운영되던 우편제도가 민간 차원의 우편제도로 발전하게 된다. 동화나 아동문학에 편지로 소식을 전하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특정 계층의 우편제도가 민간에까지 확대된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우표를 사용한 것은 1840년 영국의 페니 블랙이라는 우표가 최초다. 국가의 수익 확대와 공적 서비스의 정착 결과다. 우리에게도 역참제와 봉수제의 통신망이 있었다. 우표를 사용하는 우편제는 개화파 홍영식이 처음 시도하였다. 이때의 우표를 ‘문위우표’(문서의 등급으로 달리하는 요금 우표)라고 한다. 갑신정변으로 20일 만에 우정국은 문을 닫았다가 1895년에야 다시 문을 열게 되었다.
세계 최초로 점자를 발명한 연도가 1824년이다. 점자우편이 무료로 제도화된 것은 영국이 최초로 1870년대이다. ‘Royal Mail’에서 운영하였으며, ‘Blind Literature Post’라고 불렀다.
미국은 1890년대에 와서 점자도서를 무료로 하는 우편제도가 마련되었다. 무료가 된 것은 시각장애인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서가 아니다. 중도 시각장애인에게 점자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우편을 이용하는 방법이 효과적이었다.
이동성이 어려웠던 시기에 교육을 하고 점자도서를 제공하는 것에 우편제도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었기에 이러한 일에 우편료를 개인이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맞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영국의 정책으로 시각장애인 우편물을 무료로 하였으나, 미국은 우편법으로 법제화하여 우편 무료(Free Matter for the Blind)로 하였고, 1930년대에 미국의회도서관에서 국립시각장애인도서관(NLS)을 운영하면서 녹음도서(Talking Book)을 제작하여 대출하면서 점자물만 아니라 녹음도서(1934년 최초 제작), 교육용 자료, 촉각도서(영국의 ‘문’이 발명한 요철문자)를 대출하면서 개인만이 아니라 도서관 등도 무료로 발송하였다.
일본의 점자 발명은 이시카와 쿠라지가 1890년 경에 발명하였다. 1898년 점자우편물에 대하여 무료로 하는 제도가 마련되었다. 전 세계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우편물이 무료화된 것은 1874년에 설립된 만국우편연합이 1897년에 워싱턴 회의에서 국제 우편 규칙을 정하면서 점자 무료화를 규정으로 정한 영향이다.
우리나라에서 점자우편물은 일제강점기에서 일본 우편법을 따라 운영되어야 하나 국내에는 제한적으로 적용하여 무료가 아니었다. 한글점자를 발명(1926년)한 송암 박두성 선생은 무료 우편을 주장하여 전국의 시각장애인에게 점자교육을 했다는 기록을 보아 1930년대에 와서 제한적으로 무료 우편제도가 시행되기는 한 듯하다.
우편법이 1961년 12월 30일에 제정되었다고 하여 해방 후 우편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법적 근거는 마련되지 않았어도 점자우편물이 제한적으로라도 무료화하는 우편 업무지침이나 관례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1970년 2월 27일 우편규칙(현재의 시행령에 해당) 제10조에서 ‘맹인용 점자우편물을 발하는 경우’ 무료로 한다는 조항이 최초로 조문화되었다. 1981년 8월 31일 우편법 시행령에서 ‘4. 맹인용 점자 또는 공인된 맹인복지단체에서 맹인용 녹음물을 발송하는 것’이라고 개정하여 점자우편물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맹인복지단체(점자도서관, 시각장애인단체)에서 발송하는 녹음도서가 무료가 되었다. 법 조문은 이러하였으나 녹음도서를 청취하고 다시 반송을 하는 경우에도 사실상 개인도 무료였다.
2005년 8월 19일에 시행령 개정에서 ‘시각장애인용 점자 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법인·단체 또는 시설(법률에 의하여 설치되거나 허가·등록·신고 등이 된 법인·단체 또는 시설에 한한다)에서 시각장애인용 녹음물을 발송하는 것’은 우편 무료라고 하였다. 시각장애인 시설이 포함되었고, 맹인이 시각장애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국가법령정보에서 법의 연혁에는 ‘맹인’이라고 통일되어 있으나, ‘맹인’에서 순수 우리말 쓰기로 인하여 ‘앞을 보지 못하는 이’라는 조문이 사용되었다가 2005년에 와서 ‘시각장애인’이란 용어가 사용되었다. 2014년에 와서 시행령에서 무료 우편에 관한 조문(36조)은 삭제되었다. 그 대신 우편법 모법 26조로 내용 수정 없이 이동하였다.
1990년대에는 ‘맹인용 점자’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애매하여 시각장애인의 흰지팡이나 일상생활용품, 보조기구 등 다양한 것들이 무료로 취급되기도 하였다. 우정국에 점자인지 확인하는 시각장애인이 한 사람 근무를 하고 있어서 손으로 봉투를 만져서 점자가 만져지면 검수를 통과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흰지팡이를 점자 잡지를 찢어서 포장해서 무료로 부치기도 했다.
우정국에서는 과기정통부 고시와 내부 업무지침을 종합하여 홈페이지에서 시각장애인 우편물에 대한 안내를 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우편물은 보통우편이라야 한다. 등기나 속달은 무료가 아니다. 선편 국제우편은 무료이지만, 항공우편은 별도의 추가요금을 지불하여야 한다.
무료 우편 가능한 우편물 종류는 점자와 점, 묵자 혼합물, 시각장애인용 녹음물이다. 점자는 종이 위에 도드라진 점들을 모아 만든 시각장애인용 점자만 허용하나, 책 표지에는 점자와 묵자 혼용도 가능하다. 점자판이나 점필, 점자 교육용구, 점자단말기 등은 우편 무료가 아니다. 반드시 종이라야 한다.
점자와 묵자 혼용물은 묵자는 점자를 해석한 것을 전제로 하며 점자 분량을 넘을 수 없다. 점자와 묵자의 내용이 달라도 안 되고, 페이지 분량이 달라도 안 된다. 점자로 번역하면 묵자의 3배 정도로 분량이 늘어나는데, 묵자 글자를 키우거나 묵자는 점자의 한 페이지에 해당하는 분량만 조금만 한 페이지에 적거나, 묵자를 요약하여 점자 페이지를 같도록 맞추어야 한다. 반드시 점자와 묵자를 같은 종이에 적을 필요는 없다. 따로따로 졈자와 묵자를 분리하여 만들 수도 있으나 하나로 제본이 되어 있어야만 한다.
도서의 경우 내지는 점자, 표지는 묵자만 있으면 안 된다. 표지는 묵자가 있어도 되지만 점자도 함께 있어야만 한다. 다시 말해 점자 스티커를 붙이면 무료이고, 묵자만 있으면 유료이다. 점자 촉각 그림도 점자로 인정한다. 그리고 점자가 적혀 있지 않은 점자용지도 점자로 인정한다. 점자는 누구든지 무료이다. 과거에는 시각장애인이 주고 받는 경우에 한하였으나 확인이 불가능하여 삭제되었다. 점자물은 우편물 상단 우측(우표를 붙이는 자리)에 ‘시각장애인용 우편’이라고 표시하여야 한다.
시각장애인용 녹음물은 영상 없이 음성만 포함된 녹음물(MP3, WAV, 녹음테이프)이어야 한다. 과거에는 녹음테이프를 사용하였으나, 지금은 디지털화로 CD로 제작하기도 하고, USB에 녹음물을 담을 수도 있다.
USB는 가격이 고가이므로 CD를 선호하고 있으며, 법적으로는 시각장애인 단체나 시설에서만 무료이지만, 녹음물을 듣고 반송할 경우도 관례상 무료로 하고 있다. 녹음물은 ‘시각장애인용 우편물’이란 글과 함께 겉봉에 법인 허가번호를 병기하여야 한다. 시각장애인 단체가 아닌 장애인단체는 무료가 아니다. 최근 전자 통신망과 인터넷의 발달로 시각장애인 중 5% 정도가 녹음우편물을 이용하여 독서를 하고 있다.
점자편지는 별도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내용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편지봉투의 하단 우측 부분에 빗금으로 가위로 자를 필요는 없으나 소포의 경우에는 그렇게 하여야 한다. 우체국에서는 점자우편물인지 내용을 확인하여 통과되어야 발송된다. 소포는 대량인 경우 별도로 견본을 한 부 제출하여야 한다. 한 곳으로 대량으로 점자우편물이 가야 할 경우에는 소포의 무게를 30킬로그램 단위로 묶어야 한다. 전체 분량이 몇 톤이라도 제한은 없다.
시각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에게 점자 교육을 하는 경우가 있다. 자원봉사 교육이나 점역사 교육을 위해서다. 이때 강사는 점자를 배우면 좋은 점을 두 가지 이야기해 준다. 하나는 점자로 일기를 쓰면 비밀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점자를 아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점자로 쓴 일기는 해독할 수 없어 감춰두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상대도 점자를 안다면 점자로 편지를 보내면 우표를 붙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우스게 소리이기는 하지만 사실이다.
인터넷에서 ‘지식 IN’이나 법률상담 Q&A 등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우편물로 점자정보단말기나 시각장애인 용구, 저시력인을 위한 확대(큰글자도서) 도서도 무료로 발송할 수 있다는 정보를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잘못된 정보이다. 그리고 무료 우편제도는 한정된 예산이므로 소모되기 전에 빨리 신청하라는 말도 잘못된 정보이다.
시각장애인단체에서 발송하는 것은 복지사업의 일환으로 보고 과거에 비영리를 목적으로 하여야 한다는 내부 규정 문구는 삭제되었다. 점자로 시각장애인에게 상품 광고물을 발송한다고 하여도 발송인이 시각장애인단체이면 무료인 것이다. 묵자와 점자의 페이지를 동일하게 하는 것이 우편요금보다 더 많이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점자 묵자 혼용물의 우편 무료는 실효성이 매우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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