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권명길 칼럼니스트】울산의 봄과 여름은 꽃으로 시작된다. 작천정의 벚꽃부터 장생포 고래문화마을 수국까지, 울산은 매년 전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축제는 모두가 즐거워야 할 화합의 장이지만,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축제 현장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문턱과 싸워야 하는 ‘권익 옹호의 전쟁터’이기도 하다.
필자는 울산장애인소비자연대 회원들과 함께 두 곳의 축제 현장을 점검하며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가지 사례를 경험했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장애인 인권 감수성이 어디쯤 와 있는지 되짚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사례는 울주군 작천정 벚꽃축제다. 축제 시작 전, 장애인 당사자들의 시각으로 진행된 사전 답사에서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됐다. 축제 편의를 위해 설치된 임시 간이화장실이 하필이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전체를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다.
즉각 울주군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감사하게도 담당 부서의 신속한 대처로 축제 시작 전 주차 구역은 원상 복구되었다. 이는 ‘사전 점검’과 ‘행정의 열린 태도’가 결합했을 때, 얼마나 효율적으로 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긍정적인 사례였다.
반면, 장생포 수국축제의 경험은 사뭇 달랐다. 매년 이용하던 동편 장애인 주차구역은 보행자 안전을 이유로 진입이 통제되었다. 하지만 필자의 앞을 가로막았던 그 길을 행사 참여 업체의 차량은 유유히 통과하고 있었다. 장애인 전용 구역이 행사 매대와 적재함으로 변해버린 풍경은 충격적이었다.
남구청 담당 부서와 행사 팀을 거치는 긴 항의 끝에 돌아온 답변은 “서편 주차장을 이용하라”는 권고였다. 휠체어 이용자의 이동 동선을 고려하면 동편 주차장이 훨씬 효율적임에도 불구하고, 행정 편의를 위해 장애인의 기본 권리를 뒷전으로 밀어낸 셈이다. 인근에 마련됐다는 대체 주차장 어디에도 장애인을 위한 배려는 존재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장애인 주차구역에 물건을 쌓아두거나 통행을 방해하면 엄격한 법적 잣대로 과태료를 부과하는데, 지자체가 축제를 이유로 장애인주차구역을 폐쇄하거나 용도를 변경하는 행위는 과연 정당할까?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하며, 공공기관은 그 법을 지켜야할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행정의 편의가 장애인의 이동권을 침해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은 단순한 주차 공간이 아니라, 보행 약자가 사회에 참여하기 위한 ‘최소한의 이동권’이자 ‘약속’이기 때문이다.
축제(祝祭)의 사전적 의미는 ‘모두가 축하하여 벌이는 큰 잔치’다. 이 ‘모두’라는 단어 안에 장애인은 소외되어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작천정의 사례처럼 축제 기획 단계부터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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