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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 무필 집필위원]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남매 가수 AKMU의 이찬혁이 슬럼프에 빠진 동생 이수현과 함께 보낸 시간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그가 동생을 대하는 방식이다. 그는 조급하게 변화를 요구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려 들기보다, 동생의 시간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곁을 지키는 선택을 했다고 한다. 누군가를 ‘고치려는 마음’이 아니라 ‘함께 견디려는 태도’였다는 점에서 이 장면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러한 모습은 장애 자녀와 발달장애인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방식에 조심스럽게 질문을 건넨다. 우리는 변화의 속도를 앞세우느라, 정작 그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을 놓치는 것은 아닐까.
첫째, ‘고쳐야 할 대상’보다 ‘머물 수 있는 관계’가 먼저다
장애를 마주할 때 우리는 종종 치료와 교정을 서두르곤 한다. 아이가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다. 그러나 그 마음이 때로는 아이에게 “지금의 너는 부족하다”는 신호로 전달되기도 한다.
이찬혁이 동생에게 보여준 모습은 다른 방향의 선택이었다. 그는 무엇을 바꾸라고 말하기보다, 언제든 돌아와 쉴 수 있는 ‘마음의 자리’를 내어주려 했다고 한다. 발달장애인에게도 어쩌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변화의 압박이 아니라, “나는 이대로도 괜찮다”는 정서적 안정감일지 모른다. 그 감각 위에서야 비로소 세상과의 관계가 조금씩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변화는 ‘속도’보다 ‘함께 걷는 시간’에서 만들어진다
그는 1년은 함께 이끌고, 다음 1년은 스스로 해보도록 기다리는 긴 시간을 선택했다고 한다.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보다 매일의 작은 반복을 통해 일상의 리듬을 회복하는 데 마음을 쏟은 것이다.
발달장애인의 성장 역시 비슷한 결을 가진다. 눈에 보이는 변화는 더디게 올 수 있지만, 함께 쌓아가는 일상의 리듬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익숙한 행동을 반복하며, 실패해도 다시 해볼 수 있는 하루가 이어질 때 아이는 조금씩 자신의 속도를 만들어간다. 그 속도는 남들보다 느릴 수 있지만, 분명히 스스로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된다.
셋째, ‘문제’로 볼 것인가, ‘하나의 모습’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동생의 슬픔을 없애야 할 결함이 아니라 표현될 수 있는 소중한 감정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동생을 ‘문제가 있는 상태’로 규정하지 않고, 지금 이 모습 또한 하나의 소중한 과정으로 이해하려 노력했다고 한다.
발달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도 이와 닮아 있을 필요가 있다. “왜 남들처럼 하지 못할까”라는 질문은 아이를 더 움츠러들게 만들기 쉽다. 대신 “이 아이는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만나고 있을까”라고 묻기 시작할 때, 우리는 비로소 그들의 세계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사람은 설명이나 두려움으로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들 한다. 하지만 누군가가 곁에 머물러 주고, 반복되는 하루를 함께 견디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여 줄 때 그 안에서 작은 변화가 싹트기 시작한다. 누군가를 바꾸는 일은 결국 그 사람을 밀어붙이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이 스스로 걸어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기다려 주는 일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이찬혁이 동생을 ‘다시 피어날 존재’로 믿고 시간을 건넸듯이, 우리도 장애를 가진 이들을 고쳐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 저마다의 계절을 지나고 있는 존재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 기다림 속에서 변화는 어느 순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시작될 것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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