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김시내 칼럼니스트】 5월은 감사의 달이다. 그래서 필자는 세 편의 글을 통해 ‘감사’에 대해 조금 더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해 보려 한다.
첫 번째 글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역사회’를 이야기한다. 우리는 흔히 혼자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의 삶은 수많은 관계 속에서 이어진다. 그 속에는 우리가 당연하게 지나쳐 온 감사의 순간들이 함께 존재하고 있다.
두 번째 글에서는 가족, 스승, 활동지원 선생님, 그리고 주변의 지인들을 통해 이어진 관계를 이야기하려 한다. 우리는 스스로를 하나의 독립된 존재로 이해하기 쉽지만, 돌아보면 삶의 방향과 선택, 지금의 모습은 타인과의 만남 속에서 만들어져 왔다. 이 글은 ‘우리’라는 존재가 어떻게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져 왔는지를 함께 돌아보며, 그 속에서 이어져 온 감사의 마음을 이야기하려 한다.
마지막 글에서는 ‘감사’ 그 자체를 다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우리는 같은 관계 속에서도 어떤 감사는 당연하게 여기고, 어떤 감사는 특별한 것으로 구분한다. 그러나 감사라는 감정이 본래 나뉘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그것을 다르게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이 세 편의 글은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그 관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지역사회에서부터 시작해 보려 한다.
필자는 부모로부터 독립한 지 20여 년이 되었다. 지금과 달리 당시에는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충분하지 않았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그 존재 자체가 하나의 보호막이 되어주었다. 그러나 혼자 살아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나 스스로 나를 보호해야 했다.
어린 나이에 차별과 마주해야 했고, 그 차별은 때로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물건을 사기 위해 상가에 들어가면 오히려 물건을 팔러 온 사람으로 오해받아 “안 사요, 나가세요”라는 말을 듣고 쫓겨나듯 나와야 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래서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했다.
내 삶을 통해 나를 설명하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활동지원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병원, 식당, 미용실과 같은 공간을 정해두고, 내가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 조금만 기다려 주면 된다는 것, 이해가 되지 않으면 다시 한 번 물어봐 달라는 것을 차분히 이야기해 나갔다.
그렇게 하나씩 설명해 나가는 시간이 쌓이면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시선이 점점 익숙해졌고, 한 번 설명을 들었던 곳에서는 다음에 갔을 때 먼저 알아보고 기다려주는 일도 생겼다. 그 변화가 고마워 음료를 건네거나 작은 마음을 전하는 일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병원과 약국 선생님들도 내 말을 끝까지 들어주기 시작했고, 분식집에서 김밥을 주문하면 내가 큰 음식을 한입에 넣어 씹기 어렵다는 것을 아시고 바쁘신 와중에도 말씀드리지 않아도 꼬마김밥을 두 줄로 싸주시는 모습에 감동을 받는다. 주문을 서두르지 않고 기다려주는 시간도 이어졌다.
미용실에서도 몇 번의 만남 이후에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나의 방식에 맞춰 응대해 주었다. 지금은 원장님과 서로의 고충을 나누고, 다양한 손님에 대한 이해와 대응 방식을 함께 고민하는 관계로 이어졌다.
자주 가는 카페에서도 내가 들어가면 “아이스 아메리카노, 샷 추가에 사이즈업이시죠?”라고 먼저 물어봐 주신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나를 기억해 주는 그 순간들이 쌓여 간다.
그 마음에 나는 말로 고마움을 전하고, 작은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하게 된다. 그런 순간들이 이어지면서 변화는 자연스럽게 쌓여 갔다.
그 변화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했다.
나는 어느 순간, 설명해야 하는 사람에서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 과정은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같은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마주치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쌓이면서 관계가 이어졌고, 그 안에서 당연하지 않은 배려들이 모여 함께 살아가는 일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지역사회를 바꾸는 일은 거창한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개인의 작은 시도에서 시작되고, 그 시간이 쌓이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기다려 주는 일이 이어진다.
나는 혼자 살아온 것이 아니다.
나는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 속에서 이어진 마음들이, 지금은 감사로 남는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