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장애계소식 정보&뉴스
By
더인디고
[더인디고] ‘의무고용률’과 ‘고용부담금’ 강화, ‘최저임금 적용제외 폐지’ 방식 등에서는 의견 차이가 있었지만, 장애인 고용정책 전반을 다시 점검하고 시대 변화에 맞는 새로운 정책 의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와 장애계, 학계, 정부 등에서 제기됐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회장 나운환, 이하 RI Korea)와 이학영 국회부의장, 박정·김주영·김예지·서미화·최보윤·이소희 국회의원은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장애인고용, 이대로 괜찮은가? 장애인 고용 증진을 위한 정책 간담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최근 대법원의 장애인고용부담금 손금 산입 인정 판결이 계기가 됐지만, 논의는 특정 판결을 넘어 35년 전 설계된 장애인고용체계가 현재의 노동시장과 경제활동인구 구조 변화 등에 여전히 적절한가를 점검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 “1990년과 지금은 다르다”… RI Korea, 시대 변화 따른 새 의제 제시
발제를 맡은 나운환 RI Korea 회장은 1990년 장애인고용과 의무고용제를 논의한 지 35년이 지나 인구·사회·경제·기술 환경이 모두 달라진 만큼, 장애인고용정책 역시 재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나 회장은 특히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사회학적 변화 ▲여전히 낮은 장애인 고용률 ▲표준사업장 등을 통한 간접고용 확산 ▲국가·지자체의 비공무원 부문 채용 편중 ▲낮은 질의 일자리 등의 문제를 주요 배경으로 제시했다. 또 장애인고용을 전담하는 공공기관이 경영평가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실질적 직무개발보다 ‘숫자 채우기’식 양적 확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 회장은 “공무원 중심 채용 구조에서는 발달장애인 등 다양한 장애유형이 진입하기 어려운 현실이 있다”며 “현재처럼 공무원 직렬 개선 없이 비공무원 채용만 확대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감수성에 맞는 직렬과 채용절차 자체를 바꾸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미국 IT기업 사례처럼 필기·면접 중심이 아닌 실제 직무 수행 기반 평가 방식 등 새로운 채용모델 도입 필요성도 제안했다.
그러면서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의제로 ▲특수교육대상자 및 경계성 지능·은둔형 청년 등 직업재활법상 장애정의와 범위 확대 ▲장애인 의무고용 이행 강화를 위한 ‘고용부담금 가중 부과’ 방안 ▲공공기관 직접고용 확대를 위한 장애인 직렬 및 채용절차 개선 ▲사회보장급여와 고용 연계 패러다임 전환 ▲최저임금 적용제외 폐지 논의 등을 제시했다.
■ “의무고용률 상향과 부담금만으로 될까”… 경제활동인구 구조 변화 쟁점
이날 토론자들도 단순히 의무고용률 등 양적 확대 방식보다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정승원 한국직업재활학회장은 장애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정책서비스 대상 재설계 필요성을 언급하며 “지체장애 비중은 감소하는 반면 청각·발달장애 비중은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맞는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익 해냄복지회 이사장도 의무고용비율을 단순히 높이기보다 장기 미이행 기업이나 대기업 중심의 부담금 가중 부과 방식이 필요하다며 “‘고용회피의 시간에 가격을 매기자’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몇 퍼센트를 채웠는가보다 얼마나 존엄하게 일할 수 있는가로 전환할 시점”이라며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고용과 사회보장을 연결하는 한국형 모델로 제안했다.
김동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사무총장은 고령화 시대를 반영한 새로운 고용정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총장은 50세 이상 고령장애인 고용 시 2배수 인정제 도입과 함께, 발달장애인 고용 사업체에 전문인력(근로지원인·재활상담사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발달장애인 고용은 작업지시와 의사소통, 직무관리 지원이 함께 가야 한다”며 사업체 단위 지원체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인환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책위원장은 고용부담금 산정 방식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위원장은 “최저임금 수준만 지급하는 기업과 평균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는 기업을 동일 기준으로 부담금을 계산하는 것이 적절한지 고민해야 한다”며 기업 평균임금 기준이나 가산 방식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 “폐지 이후가 더 중요”… 최저임금 적용제외 대안 공방
이날 또 다른 쟁점 중 하나는 최저임금 적용제외 제도 폐지와 이후 대안 문제였다.
토론자들은 원칙적으로 최저임금 적용제외 제도 폐지가 맞다는 데 공감했지만, 보호작업장 등 중증장애인 중심 일자리 현장에 대한 대안 없이 제도만 폐지하면 오히려 노동시장 이탈과 고용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했다.
관련해 현행 근로기준법상 보호작업장 등 직업재활 현장 참여자 역시 근로자로 인정되는 만큼, 최저임금 보전 재원을 ‘사회보장제도’로 마련할지, 아니면 ‘장애인고용기금’으로 충당할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반면 독일 사례처럼 보호작업장 등을 근로가 아닌 훈련 개념으로 별도 구분해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등 공공재정 기반 일자리 확대를 통해 최저임금 이상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은소리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 사무국장은 “노동 패러다임을 시장 중심 이윤 창출이 아니라 권리 중심 사회적 가치 생산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제도화를 강조했다.
특히 “최중증장애인 노동 역시 사회적 가치 생산으로 인정받아야 하며, 공공일자리는 국가가 책임지는 최저임금 기반 노동 모델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복지부 “기금 활용 필요” vs 노동부 “신중해야”
장애인고용기금 활용 범위를 둘러싼 복지부와 고용노동부 간 입장차도 드러났다.
김민정 보건복지부 장애인자립기반과 과장은 “복지부 직업재활 훈련비는 월 13만원 수준인데 고용노동부 훈련비는 70만원 수준”이라며 “직업재활시설 역시 일반고용을 위한 사업인 만큼 장애인고용기금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고혜연 고용노동부 장애인고용과 과장은 장애인고용 확대 방향과 부담금 가중 부과 논의에는 공감하면서도, 직업재활시설 지원에 고용기금을 활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치며, “고용기금은 기본적으로 일반고용과 자립 지원 목적이 강한 재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RI Korea는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후속 간담회와 정책토론회를 이어가며 제도개선 논의를 구체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간담회를 공동 주최한 이학영 국회부의장도 “오늘은 시대 변화에 따른 장애인 고용 의제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는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전문가와 당사자 논의를 통해 장애인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개선으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더인디고 THE INDIGO]
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