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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보건복지부의 ‘장애인단체 운영지침(안)’을 둘러싼 장애계 반발이 단순한 일부 조항에 대한 이견을 넘어, 정부와 장애인단체 간 관계 설정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정부의 이번 운영지침 추진은 지난해 한국농아인협회 일부 간부 비위 의혹과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장애인단체 운영 문제 등이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
복지부는 “장애인단체의 민주성·투명성·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공통 기준”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장애계는 “현실과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사실상의 통제 장치”라며 반발했다.
특히 논란은 지침 내용 자체보다도, 농아인협회 비위 사건 이후 충분한 사전 논의 없이 사실상 ‘완성형 초안’이 공개됐다는 점에서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 쟁점1. “권고라지만 결국 행정 지침 우려”… 절차와 방식
복지부는 이번 운영지침 초안에 대해 “각 단체가 자율성과 특수성을 유지하면서도 공통으로 준수해야 할 최소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단체들이 지침을 참고해 자체 규정을 정비하고 규모와 특성에 맞게 합리적으로 적용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표면적으로는 강제 규정이 아닌 ‘권고형 가이드라인’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장애계는 이를 사실상 행정 지침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나아가 중앙부처 지침이 마련되면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심사, 법인 지도점검, 공모사업 선정, 위탁사업 평가 등에서 사실상의 준수 기준처럼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지난 14일 서울 이룸센터에서 열린 정책 간담회에서도 이같은 우려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영석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상임대표는 “장애인단체는 정부가 예산을 지원한다고 해서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장애인 권익을 대변하고 사회 변화를 이끌어온 독립적 시민사회 주체”라며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운영지침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선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공동대표 역시 “협의 없이 이루어진 이번 지침 추진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장애계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함께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 진정한 행정”이라고 강조했다.
■ 쟁점 2. 대표성·임기 제한·회계 기준 등 지침 내용 이견
이번 지침에 대한 절차적 문제도 있지만, 장애계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부분은 ▲당사자 대표성 ▲임원 연임 제한 ▲업무추진비 및 회계 기준 강화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초안에는 이사 구성 시 장애인 비율과 장애 유형·성별 다양성을 고려하도록 하고, 장애인 당사자 대표를 권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임원의 장기 독점을 막기 위한 연임 제한 기준과 함께, 업무추진비를 정액 지급이 아닌 실비 중심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복지부는 이를 당사자 중심 원칙과 조직 민주성 강화, 보조금 투명성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계는 특정 단체 문제를 전체 장애계 운영 문제로 확대 적용하는 방식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성천 한국자폐인사랑협회 부회장은 “장애인단체에 문제가 있으면 부분적인 견제 장치를 보완하면 될 일이지, 운영 전반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이건휘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회장은 “사단법인은 민법에 따라 자율성이 보장된 독립 조직으로, ‘지침서’라는 용어 자체가 민간 단체에 적용되기에 적절하지 않다”며 “특정 단체의 문제를 전체 장애계에 적용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자, 주무 부처 역시 지도·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체 규모와 운영 구조, 인력과 행정 역량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기준이라는 반발도 크다.
정태근 한국근육장애인협회 회장은 “법인 설립 이후 복지부 기준에 맞춰 정관을 수정하며 성실히 운영해 왔으나, 이번 지침안은 소규모 단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요건들을 담고 있다”며 실질적 지원 방안 마련을 요청했다.
현근식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상임이사 역시 “재정·인력 등 운영상 어려움을 안고 있는 소규모 단체들은 지침 적용시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현장 단체들이 참여하는 실질적 논의 구조 마련을 제안했다.
또한 업무추진비에 대해서도 이사회나 총회 등 내부 의사결정 구조를 통해 승인·통제할 사안이지, 정부가 일률적으로 기준을 제한하는 것은 과도한 개입이라는 지적이다.
■ 쟁점 3. ‘자율성과 민주성·투명성·책임성의 균형’
이번 논란은 장애인단체 운영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다시 드러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실제 국고보조금을 지원받는 단체들의 회계 투명성, 임원 윤리, 민주적 운영체계 강화 필요성은 국정감사와 언론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박주민, 이수진 등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 역시 장애인단체 운영 개선 필요성을 꾸준히 언급해왔다. 대통령 또한 특정 단체 임원의 장기 재임 문제 등을 공개적으로 지적한 바 있어, 정부 역시 일정 수준의 제도 개선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만 장애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과 별개로, 충분한 공감대와 협의 없이 운영지침이 먼저 제시되면서 현장의 반발과 불신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장애인단체들은 장애 유형과 조직 규모, 운영 방식, 활동 목적이 매우 다양한 만큼 일률적 기준 적용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정부 역시 최소한의 공공성과 책임 기준은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결국 핵심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 접근이 아니라 ‘자율성과 공공책임의 균형’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장애계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단체 스스로 자정 노력과 신뢰 회복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세부 기준과 적용 방식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조정하되,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와 회계 투명성, 공적 책임 강화라는 큰 방향성 자체에 대해서는 장애계와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복지부는 오는 20일 예정됐던 추가 간담회를 취소하고, 개별 단체 의견수렴을 거쳐 지침안을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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